다보스포럼서 WTO 체제 복원 및 강화 위해 전방위 활동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
(다보스=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한국은 다자무역을 지향하는 국가입니다. 우리와 입장이 같은 국가들과 다자무역 체제 복원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제안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21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의 연차 총회, 일명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일정은 다자무역 체제 복원에 집중돼 있었다.
23일에는 다보스포럼의 '무역과 상호 의존' 이사회에 참석하고 호베르투 아제베투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과 면담을 한다. 이튿날은 WTO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한다.
유 본부장은 우선 이사회에 토론 리더 자격으로 참석해 무역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당면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글로벌 교역 환경이 최근 자국 우선주의 확대로 다자무역 체제가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WTO 다자 체제의 복원과 포괄적 지역경제협정(RCEP)의 확대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그는 "통상 규범의 파편화나 분절화는 기업에 비용을 증가시키고 불확실성이 확대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마다 통상 규정이 다를 경우 여러 지역과 교역을 하고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각 규정에 맞춰 대응안을 마련하는 불편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려면 "통일된 통상 규범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WTO의 기능이 복원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WTO 내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차가 커지고 있어 통일된 규범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죠. 그러나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 중간자 입장에서 양측의 입장을 포용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입니다."
유 본부장은 특히 다자무역 체제 회복과 관련, 다자무역을 대표하는 WTO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간 점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꼽았다.
본래 상소 기구는 판사 격인 상소 위원 3명이 분쟁 사건 1건을 심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상소 기구에 불만을 품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이콧으로 상소 위원을 임명하지 못해 결국 정족수 부족으로 심리 기능이 정지됐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
그는 "WTO의 핵심 기능은 협상과 분쟁 해결로, 그간 협상 기능은 정체돼 있어도 분쟁 해결 기능은 활성화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마비가 됐다"며 한국도 WTO 기능 정지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당장 상소 기구에 걸려 있는 현안은 없지만, 1심에 해당하는 분쟁해결기구(DSB) 패널 단계에서는 미국과 일본 등과 무역 분쟁 중이다.
WTO는 현재 아제베두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상소 기구 기능 회복을 위해 회원국 대표들과 모여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유 본부장은 24일 예정된 WTO 통상장관회의에서 현행 WTO 규범이 실효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상소 기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회원국의 WTO 협정상 의무 준수를 촉구할 방침이다.
특히 현행 WTO 규범은 1995년 출범 당시와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디지털 경제 출현 등 교역 환경의 변화 반영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 본부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 곧 일본과 국장급 정책 대화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열었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본은 한국에 수출되는 반도체 소재인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의 수출 심사와 승인 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변경해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철회는 하지 않았다.
유 본부장은 "지난 12월 7차 정책 대화 때 8차 정책 대화를 가까운 시일 내에 하기로 한만큼 조만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이 우리가 원하는 바"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이 지난해 10월 WTO 개도국 특혜를 더는 주장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무역 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 경제 위상에 맞게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농업 같은 민감한 분야는 국익 차원에서 협상할 권리는 보유하고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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