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24)
퇴근길, 동네 길목 어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새로 지어 이사 온 이웃집 실내에 쥐가 들어와 한바탕 소동 중이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합창하듯 말하는 후렴 왈 “위아래 눈치 보며 조심조심 살아야 하는 단점이 있어도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
겨울잠에서 깨어 봄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면 각종 해충의 침입은 어쩔 수 없는 복병이지만 겨울인데도 너무 따뜻하니 뱀도 깨어 어슬렁거린다. 자연의 변화다. 가끔은 이중삼중 차단문을 해 놓아도 쏜살같은 놈들의 출입을 못 막는다. 어영부영 살아남아 실내까지 따라 들어온 손톱보다 작은 해충들은 귓전에서 나 잡아 봐라 하며 약 올리듯 웽웽거리며 돌아치고, 쥐와 고양이 같은 큰놈들은 환경에 놀라 허둥댄다.
길고양이들이 문이 열린 틈을 타 얼떨결에 실내에 들어오면 커튼이고 서랍장이고 쉼 없이 오르내리며 물고 뜯어 어질러 놓는다. 구석으로 숨는 습성 때문에 내쫓을수록 안쪽으로 기어들어가서 전쟁이 된다. [사진 pixn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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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특히 더 그렇다. 방에서 기르던 녀석이면 걸음도 행동도 쥐죽은 듯 조용하게 움직이지만 길고양이들이 문이 열린 틈을 타 얼떨결에 실내에 들어오면 낯선 풍경과 함께 공황장애를 일으키는지, 커튼이고 서랍장이고 쉼 없이 오르내리며 물고 뜯어 어질러 놓는다. 구석으로 숨는 습성 때문에 내쫓을수록 안쪽으로 기어들어 가서 전쟁이 된다.
눈 깜짝할 새에 실내는 엉망으로 어질러지고 사람도 따라서 우왕좌왕이다. 그럴 땐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곤 문을 열어놓고 밖에서 귀빈 영접하듯 조용히 기다려 주면 제 발로 도도하게 기어나간다. 나가는 시간은 들어온 놈 마음대로다. 갑자기 ‘캣츠’ 영화의 고양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
쥐 한 놈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난장같이 뒤집어 놓고 나면 청소가 더 힘들 거 같다. 이럴 땐 작은 미물 하나가 위대한 인간을 갖고 노는 것 같아 허무해진다. [사진 pixnio] |
삼 일째 되는 날, 드디어 끈끈이에 걸렸는데 노심초사하며 두려움과 걱정을 한 것이 자존심 상할 만큼 5㎝도 안 되는 새끼손가락만 한 생쥐다. 대단한 놈이다. ‘소같이 일하고 쥐같이 먹어라’한 옛말이 있지만, 살기 위해 소같이 일하는 그 녀석의 열정적인 부지런함과 노력에는 점수를 줘야겠다.
지인이 생쥐 영화 ‘라따뚜이’를 소개하며 자연계에서 보면 그들에겐 우리가 적군이고 아마 그놈은 그들의 작은 영웅일지도 모르니 우울해 하지 말라며 농담을 한다. 그나저나 찜해놓은 저 많은 생쥐 재산은 어쩌나! 창고에 쌓인 재활용품을 꺼내 고물장사를 부르고 혹시나 모를 틈새도 찾아 점검하며 대청소를 한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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