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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기자수첩]北개별관광 꺼내든 정부…일방통행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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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인식에 관한 한 다른 세상, ‘라라랜드’에 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북한 인권전문가들을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이렇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올림픽 공동유치 구상에 대해서는 ‘그림의 떡’(pie in the sky)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이어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유치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남북교류 협력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의 변화를 천명한지 꼭 일주일 만이다.

지난해 북미 비핵화 협상에 우선순위를 뒀던 기조에서 벗어나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 진전을 견인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북한의 의도적 ‘패싱’(무시)과 미국의 부정적 입장에도 불구,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에 대한 확실한 담보 없이 ‘일방통행식’ 구애로 그칠 공산이 커서다.

일단 미국의 반대가 중요한 변수다. 미국은 한국의 개별관광 추진이 한미공조를 해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망에 구멍을 낼 수 있다는 이유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한미공조가 중요한데 우리 정부의 변화된 대북정책이 ‘비핵화 진전 없이는 어떤 제재도 풀지 않는다’는 미국과 너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동시에 받고 있다.

정부가 개별관광을 추진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인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대책’에 대해서는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최종 여행(프로그램) 방식을 놓고선 “북한이 결정할 일”이라고 한 발언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사건이나 미국인 관광객 오토 웜비어 억류 사망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만시지탄’(晩時之歎·때늦은 한탄)하지 않으려면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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