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파병, 우리 국익 때문"…"대북정책은 대한민국 주권"
지난해 8월 지소미아 종료 방침 발표 뒤 "국익이 동맹에 우선"
27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은 함정 승조원을 비롯해 특수전(UDT)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1월 중순에 임무를 교대하여, 2020년 7월까지 약 6개월 동안 파병임무를 수행한다. (해군 작전사령부 제공) 2019.12.27/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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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문재인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에 이어 단독파병까지 집권 4년차를 맞이하면서 '주권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국방부는 21일 미국이 거듭 요청해온 중동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체인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동맹국들에 호위연합체 구성을 요청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소송량의 약 30%가 지나가는 요충지여서, 해협이 불안정해지면 유가가 급등하고 국제경제 전반이 지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는 북미 협상 교착 국면에서 한미 공조와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한미동맹과 우리 국민과 상선 보호를 감안해 중동 정세 안정에 기여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다른, 이란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고려해 이란과 협의한 뒤 독자 파병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전략에 맹목적으로 동조하기보다 우리의 국익 차원에서 대응한 것.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은 우리 국익 때문"이라며 "미국 입장은 국제사회가 호르무즈해협 항행안전을 위해 기여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 보호 그리고 국제사회 기여까지 다 감안하고 한-이란 양자관계와 한미동맹 관계 모두 종합 검토해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문 정부의 주권외교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16일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독자적 남북협력 추진 구상에 미국과의 사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통일부와 청와대가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고 반박하며 주목을 끌었다. 이후 정부는 독자적 남북협력의 첫 단추로 북한 개별관광을 구체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익이 동맹에 우선한다'는 주권외교는 정부가 지난해 8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발표했을 때 크게 부각됐다. 당시, 미 정부 당국자들이 결정 재고를 공개적으로 촉구하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무리 동맹관계이고 관계를 우호 증진시켜야 해도 자국의 이익,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시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미국 나름대로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한국 또한 마찬가지"라면서 한미의 입장 차가 뚜렷하다면 정부 입장에선 우리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중국 견제가 목적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요구에도 적극적 참여 대신에 우리의 신남방정책과의 접점을 모색해왔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선 한미 간 물샐틈없는 일치된 대응을 강조해왔지만 최근에는 입장을 다소 달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 제시한 납북협력 방안에 대해 미측에서 "미국과 협의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수차례 나오기도 했지만 통일부는 "남북 관계는 우리의 문제"라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취재진에게 "북미와 남북 대화가 같이 보완하면서 선순환의 과정을 겪으며 가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하지만 특정 시점에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노선에 대해 한미동맹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러 당국자들 사이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미동맹이 국익에 앞설 순 없다고 하더라도 한미동맹 균열은 국익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도 일반적인 평가이다. 외교소식통은 "한미동맹은 상호 호혜적 동맹으로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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