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북을 체험하고 있는 이들. 사진=임정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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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로욜 직원이 아연실색했다. 말소리가 높아졌다.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놓으라고 손짓했다. 나는 로욜의 폴더블폰 ‘플렉스파이’를 만지는 중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손은 밖으로 접는 이 폴더블폰을 삼성 ‘갤럭시 폴드’나 LG ‘듀얼 스크린’처럼 안으로 꺾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접는 것이 아닌 꺾는 것으로 제품을 망가뜨리는 행위였다.
빈손이 되자 로욜 직원은 내 ‘CES 2020’ 출입증을 가리켰다. 친절하고 느린 영어에서 알아듣기 힘든 속사포 중국어로 유창해진 뒤였다. 그 현란한 언어가 ‘도발’ 아니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들려 뜨끔했다. 내 출입증 목줄엔 공식 스폰서 ‘소니’ 대신 국내 대기업 이름이 쓰여 있었다. 나는 출입증 맨 아래 적힌 ‘미디어’를 매만지며 연신 “쏘리 쏘리” 사과했다.
조금 더 힘을 주어 꺾었다면 수습 불가였다. 뉴스를 만들러 갔다가 뉴스가 될 뻔했다. 앞사람이 어떻게 만지는지 눈으로 보고도 잠깐의 다른 생각과 함께 손이 평소처럼 움직였다. 습관이었고 관성이었다. 밖으로 꺾는 폴더블폰의 실효성을 떠나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할 때의 오작동으로 버벅댔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 가전 사장이 로봇공 ‘볼리’를 소개했다. 전 세계 2500명이 몰린 CES 2020 개막 직전 기조연설 무대에서였다. 김 사장이 “헬로” 인사하자 볼리는 눈처럼 작은 렌즈를 반짝여 객석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볼리는 김 사장이 걸으면 데굴데굴 굴러왔고 뛰면 속도를 높여 따라붙었다. 김 사장은 “볼리가 저를 좋아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인공지능을 기초로 한 시대 변화를 김 사장은 ‘경험의 시대’로 규정했다. 볼리는 그러한 시대 관문 한복판에서 다가올 새로운 경험의 기초로 등장했다.
김 사장이 볼리를 들고 퇴장하자 무대 뒤에 있던 한 개발자가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그는 볼리와 연결된 와이파이가 시연 도중 끊어질까 봐 노심초사한 볼리 창조자 중 한 사람이었다. 김 사장은 현장 스태프가 자기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는 경험을 처음 했다. 그 감춰진 긴박함 속에서 관객은 볼리가 열어젖힐 미래를 처음 간접 경험했다. 이제 볼리는 동반자로 성장해 ‘우리 강아지가 나 없는 동안 집 청소 좀 해줬으면’ 하는 전 세계 반려인의 희망을 현실화할 것이다.
■무지한 폴더블폰 반대 꺾기와 똑똑한 볼리를 같은 선에 두면서 동료 취재진과 잡담했다. 다들 취재에 지쳐 충혈된 눈으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던 찰나 한 명이 불쑥 물었다. 그런데 CES 현장에 나타난 권세 높은 이들은 ‘우버’를 타봤을까. 이왕 라스베이거스까지 왔으니 하루쯤은 관용차에서 나와 ‘우버’를 타보면 어떨까. 그랬다면 ‘우버’와 ‘타다’가 어떻게 다르며 그들과 택시는 또 어떻게 달라 시대의 화두가 되었는지 조금은 경험하지 않을까.
마침 CES를 찾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규제 혁신을 못하겠단 논리를 가진 분들은 여기 오면 설 땅이 없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지도자가 우리가 익숙한 자랑스러운 그늘에서 미래를 여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뜨끔한 인사가 몇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지자체장들까지 이번 CES를 방문한다고 예고가 자자했다. 그런데 정말 그들 중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를 경험해 본 이가 없을까. 거듭된 물음은 로욜 폴더블폰이 안으로 접히고 볼리의 와이파이가 끊길 낮은 확률처럼 질문 자체가 답으로 수렴했다.
흘깃흘깃 본 그들의 등장 풍경과 동선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기업은 또 뛰었고 그들은 또 걸었다. 심지어 현대차는 우버와 손잡고 하늘을 날겠다고 했는데 말이다. 입국 후 택시를 타는 순간 한국에 온 것을 체감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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