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에스디제이 신동주 회장이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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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1세대 창업주'의 마지막으로 꼽히는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 명예회장이 향년 9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신 명예회장은 2차 세계 대전 직후 잿더미 속에서 맨손으로 롯데그룹을 키워, 한국 재계 5위 그룹으로 일궈냈다.
고인의 이 같은 업적에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치러진 장례식엔 수천여명의 조문객이 찾았다. 조문객들은 신 명예회장을 거인, 슈퍼맨, 전설 등과 같은 단어로 평가하며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일 오후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직원의 부축을 받아 빈소에 들어섰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거인을 잃게 돼 안타깝다"라며 애도의 말을 전했다.
신 명예회장과 50년 지기인 오쿠노 쇼(81) 오쿠노 설계사무소 회장은 신 명예회장을 "슈퍼맨"이라고 평가했다. 오쿠노 회장은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설계 계획에 참여하는 등 신 명예회장과 50년간 인연을 이어온 인물이다.
오쿠노 회장은 "(신 회장이 생전) 뉴욕에 롯데월드를 만들고자 계획을 했는데 이루지 못했다. 도쿄에도 롯데월드를 지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중단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뉴욕에 롯데월드가 지어졌다면 롯데가 세계적으로 또 다른 활약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라며 고인과의 일화를 전했다.
유통업계 라이벌인 신세계 그룹의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모자도 21일 오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회장과 정 부회장은 약 45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조문하며 고인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신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친구 사이인 이 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참 좋아한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오너 2~4세를 비롯해 정치, 경제, 체육 등 분야를 막론하고 수많은 이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에서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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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명예회장의 별세는 그동안 사이가 멀어진 형제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신 명예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 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만남에 이목이 집중됐다.
두 사람이 한 자리에 한 것은 약 15개월 만이다. 이 둘은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으로 사이가 틀어진 뒤 날선 공방을 벌이며 만나지 못했다. 장례 내내 두 사람의 거리는 다소 떨어져 있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함께 내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형제의 재회를 두고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교감을 형성 중"이라고 전했다.
또 둘째 남동생 신춘호 농심 회장의 빈소 방문 여부도 주목됐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과거 신 명예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에서 라면사업에 뛰어들며 관계가 멀어졌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난 19일 신춘호 회장은 두 자녀를 가장 먼저 빈소에 보내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신춘호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끝내 빈소를 찾지 못했다.
신 명예회장의 장례일정은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영결식으로 마무리 됐다. 롯데그룹 계열사 임직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운구차량은 서울 롯데월드타워를 돈 후 울산 장지로 향한다. 고향인 울산 울주군 선영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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