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도중 벌어진 의사와 간호사의 신체 접촉에 대해 법원이 성추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이 신체 접촉 이후 의사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봤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박창희 판사는 한 대학병원 간호사 출신 A씨가 의사 B씨와 대학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와 병원이 공동으로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3년부터 2016년 B씨가 집도하는 수술에서 전담 간호사로 일하면서 신체 내부를 촬영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수술의 특성상, 그 과정에서 B씨의 팔꿈치가 바로 옆이나 뒤에 선 A씨의 신체에 닿는 일이 종종 있었다.
2016년 4월 술자리에서 A씨는 B씨에게 수술 중 신체접촉과 관련해 "그 정도는 괜찮지?"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가족처럼 편한데 가족끼리 키스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이날 발언 이후에도 수술 도중 신체접촉이 발생했다.
A씨는 이런 신체접촉은 성추행에 해당하고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수술실에서 벌어진 신체 접촉은 성추행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술실에는 두 사람만이 아니라 레지던트와 다른 간호사 등이 있으므로 B씨가 쉽게 고의적인 성추행을 할 여건이 아니라고 재판부는 봤다.
또 의도적으로 상대의 신체를 건드리려고 팔을 움직이면 수술 기구도 움직이는 만큼, 환자의 생명이 달린 수술 도중 위험을 무릅쓰고 성추행을 했으리라고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주장하는 신체접촉은 수술 진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일 수 있다"며 "고의로 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술자리에서 B씨가 "가족끼리 키스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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