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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경제위기 부르는 기후변화②]아비규환 호주, 에베레스트엔 만년설 대신 풀…트럼프 “환경재앙 경고자, 바보 점쟁이 후예”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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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산업혁명後 230년 참아온 자연의 복수

풍요 집착 인류에 경제위기로 앙갚음 시작

2100년 히말라야 빙하 소멸, 물부족 전쟁 촉발

전문가들 온난화가 홍수 가뭄 눈사태 초래 전망

美 마이애미 해변 ‘모래사장 살리기’ 軍 작전

노벨상 수상 스티글리츠 “트럼프 완전히 틀렸다”

헤럴드경제

다섯달 째 이어지는 최악의 산불이 아직 진행 중인 호주엔 최근 폭풍우가 불어닥쳐 일부 지역에선 홍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거대한 먼지구름이 시드니 서쪽에 있는 두보를 강타하고 있다. 이 먼지폭풍은 시속 107km의 바람이 불면서 생겼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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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230년을 참아온 자연의 분노가 대폭발하고 있다. 1784년 증기기관 발명이 초래한 예기치 못한 재앙이다. 화석연료를 태워 세를 확장한 1·2차 산업혁명이 인공지능(AI)발 4차 산업혁명의 앞길을 막는 형국이다. 뜨거워지는 지구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자연은 풍요를 위해 생태계를 학대해 온 인류로부터 부(富)를 거둬가는 ‘잔인한’ 방식을 복수의 공식으로 택했다. 오만한 인간에게 경제위기라는 재앙으로 앙갚음에 나선 것이다.

호주는 아비규환이다. 수개월째 지속하는 남동부 해안도시 산불이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잇딴 산불로 최소 28명이 숨진 걸로 집계된다. 산불이 강타한 뉴사우스웨일즈(NSW)·빅토리아주(州)에선 1200만㏊의 산림이 불탔다. 우리나라 면적(1000만ha)을 크게 웃돈는 규모다. 2600채의 가정집이 전소했다. 전문가들은 산불·가뭄으로 인해 호주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가량 하락할 걸로 예측하고 있다.

산불 진화에 발버둥치는데 최근엔 폭우·강풍 등 또 다른 위협이 덮치고 있다. NSW주 시드니 남서부에 우박·폭우·강풍이 불어닥쳐 1만3800가구·사업체가 정전되기도 했다. 호주보험협회(ICA)는 이로 인한 전체 피해 보상액을 3억2000만호주달러(약 2540억원)로 추산했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산맥에서도 불길한 징조가 포착된다. 에베레스트산에서 만년설이 쌓여 있어야 할 지역까지 초목이 자라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더위지고 있는 지역인 만큼 그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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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은 1993년에 위성으로 찍은 히말라야 해발 4150m이상 지역의 초목 분포도다. 빨간색은 2017년의 분포도다. 만년설로 덮여 있어야 할 지역인데 지구 온난화로 초목이 더 넓은 지역으로 뻗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엑스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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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엑스터대 연구진은 ‘히말라야 지역에서의 초목확장’이란 보고서에서 “수목한계선과 설선(雪線) 사이의 초목 증가가 히말라야 지역에 홍수를 증가시킬 것으로 우려한다”고 했다. 해발 4150~6000m구간의 초목분포를 위성사진(1993~2018년)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히말라야 빙하는 21세기 들어서며 이전 대비 2배가 녹아내렸다.

2100년이 되면 지구 온난화 탓에 히말라야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히말라야는 아프가니스탄부터 미얀마를 흐르는 주요 강에 물을 공급하는 ‘급수탑(water tower)’역할을 한다. 약 16억5000만명이 이 물로 삶을 이어간다. 빙하가 없어지면 경작지에 물을 대는 수로가 말라 궁극적으론 재앙 수준의 식량부족 사태에 처할 것이란 예측이다. 골드만삭스는 2018년 보고서에서 물을 차세대 석유로 묘사, 물 부족 지역에선 전쟁 가능성도 언급했다.

국제통합산지개발센터(ICIMOD) 관계자는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기후 위기”라며 “빙하가 사라지면 홍수위험, 가뭄, 눈사태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초강대국인 미국도 피할 수 없다. 너른 백사장으로 유명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해변이 사라지고 있다.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해변 침식이 일어나는 것이다. 스티븐 레더만 플로리다대 교수는 “더 중요한 건 해변 주변에 늘어선 건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홍수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 정부는 모래사장을 살리기 위해 군 병력·장비를 동원, 수십만t의 모래를 마이애미 해변에 매일 쏟아붓고 있다. 미 공병단이 수행하는 1600만달러에 달하는 작전으로, 6월까지 계속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 관련, 21일(현지시간) 개막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 “계속 반복되는 대재앙에 대한 예언을 거부해야 한다”며 “환경재앙을 경고하는 사람은 바보같은 점쟁이들의 후예”라고 비난했다. 대신 자신의 경제 치적만 늘어놓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정의는 완전히 틀렸다”며 “기후변화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안 하던데, 그러는 사이 우린 구워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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