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 2012년부터 이끌어
'킹아더', '그림자를 판 사나이' 프로듀서상도 수상
연극 전문 '알앤디웍스 스튜디오' 만 19~26세 뽑아
[서울=뉴시스] 오훈식 대표. (사진 = 알앤디웍스 제공) 2020.01.22. realpaper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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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는 대형 컴퍼니는 아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현 공연계 시스템 구축에 일조한다는 것에 이견을 다는 업계 관계자는 거의 없다.
2008년 설립 이후 '셜록홈즈' '마마, 돈 크라이', '더 데빌', '록키호러쇼', '그림자를 판 사나이' 등 개성 강한 뮤지컬로 다양성에 기여해왔다. 송용진, 이예은, 조형균, 고훈정, 이지수, 장지후 등 실력을 겸비한 뮤지컬배우들(현재 17명 소속) 매니지먼트도 감당하며 업계의 생태계 안정을 위해 힘써왔다.
2012년부터 알앤디웍스를 이끌어온 오훈식(44) 대표는 이 회사의 성장과 함께 했다. 알앤디웍스가 지난해 제작한 창작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에 대한 호평이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이 뮤지컬은 지난 20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열린 '제4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대상을 포함해 8관왕을 차지했다. 작년 '호프'와 함께 '킹아더',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제작한 오 대표는 프로듀서상도 받았다.
그럼에도 오 대표는 안주하지 않는다. 또 다른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신인 배우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극단 '알앤디웍스 스튜디오'를 선보인다.
'알앤디웍스 스튜디오'는 연극을 전문으로 제작, 만 19~26세 신인 배우를 중심으로 구성한다. 소속 단원들은 연극, 뮤지컬 외 기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할 수 있는 시스템, 매니지먼트를 지원 받는다.
신인에게 작품 출연은 커녕 오디션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현재 환경에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0명 안팎의 인원을 뽑을 예정인데 서류 제출자만 1000명가량으로, 안정된 시스템에 대한 신인들의 갈급함을 보여주는 숫자다.
최근 논현동 알앤디웍스 사무실에서 만난 오 대표는 공연계 배우 발굴과 양성 시스템에 대해 골몰하고 있었다.
[서울=뉴시스] 오훈식 대표. (사진 = 알앤디웍스 제공) 2020.01.22. realpaper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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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제작업계에서는 SM엔터엔터테인먼트나 JYP엔터테인먼트처럼 연습생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잖아요. 공연계는 대학교에 뮤지컬학과가 있기는 하지만 더 잘 만들어진 트레이닝 시스템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봐요. 회사에 속한 배우들이 잘 해나가고 있지만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배우들이 필요하다고 봤죠."
인성 면접 등을 거쳐 구정 연휴 이후 합격자가 발표될 알앤디웍스 스튜디오에 속한 배우들은 연기수업 등의 트레이닝을 받게 된다. 동시에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연극에도 출연한다. 이번 오디션은 동명 영화(2015)가 바탕으로 알앤디웍스가 제작 중인 뮤지컬 '검은사제들'에 출연할 배우를 뽑는 오디션도 자연스레 겸했다.
"선순환을 위해서는 콘텐츠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스튜디오는 제작사의 일부 기능도 갖게 됩니다. 알앤디웍스 배우들이 스튜디오 작품에 객원으로도 출연할 수 있고요. 저희는 뮤지컬, 연극 등 이미 검증된 작품도 갖고 있으니까 신인 배우들이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구조이기도 하죠."
알앤디웍스의 스튜디오 이후 단계는 '아카데미'다. 알앤디웍스 소속 배우가 아니더라도 훈련을 받고 길을 찾게 해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다 아시다시피 공연계에서 배우 콘텐츠의 힘이 커졌어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생적으로 스타가 나와야 하죠. 이미 검증된 스타배우들을 활용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스타 배우의 독보적인 몫이 있고, 제작자라면 누구나 대극장에서 스타배우랑 작업을 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데 작품 수가 늘어나면서 배우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배우를 키울 수 있는 긍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죠."
'독특한 색깔의 개성 넘치는 뮤지컬'은 알앤디웍스의 상징이 됐다. 대학로 회전문 관객을 양산한 '마마, 돈 크라이', 뮤지컬 기존 문법을 깼다는 평을 받은 '신선한 괴작'인 '더데빌', B급 코드가 가득한 '록키호러쇼',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원작 소설이 바탕으로 그로테스크하고 독특한 연출로 주목 받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 등이 대표적 예다.
오 대표는 "회사의 색깔을 인정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일을 할 때 신선한 방식을 추구해요. '어떻게 하면 다를까'라는 고민해서 일을 시작합니다. 같은 대본을 봐도 저희는 다른 작품이 나올 겁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저희가 개성 넘치는 작품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따듯한 감성의 연극 '안녕, 여름', 뮤지컬 '아이 러브 유'도 만들었거든요. 하하."
【서울=뉴시스】 뮤지컬 '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2018.01.14. (사진 = ⓒ알앤디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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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주년을 맞아 2월28일부터 5월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을 앞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대학로에 독특한 관람 지형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뱀파이어, 시간여행 등 장르성이 강한 소재에 로킹한 넘버를 곁들인 2인극인 이 뮤지컬은 대학로에 장르 확대를 가져왔다는 평도 듣고 있다.
"'마마, 돈 크라이'의 10주년은 기념할 만한 일입니다. 두 명의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이 10년간 흥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많은 분들이 예상을 못했을 거예요. 시장 확대에 공헌한 부분이 크죠. 밑바닥에서 시작한 작은 작품도 흥행하고 지속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죠. 작품의 규모를 떠나서 본질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시선이 있다는 걸 보여준 예라고 봐요. '마마, 돈크라이' 이후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아지고, 실제 그런 과정을 통해 살아 남은 작품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알앤디웍스는 무턱대고 실험만 하지 않는다. 신중할 때는 신중하다. 올해 라인업에 포함시켰던 라이선스 뮤지컬 '아메리칸 사이코' 제작을 미룬 것이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동명 소설이 바탕으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작곡가 던킨 쉭의 작품이다. 원톱 남성배우의 존재감이 대단해야 하는데, 파격적인 변신을 감당해야 하는 터라 이 역에 대한 부담이 크다.
"남성 배우를 캐스팅하기 어려웠어요. 우선 지금은 재정비를 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좀 더 작은 극장에서 밀도 있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고요. 배우들이 도전하는 것을 힘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해가 됩니다. 이 작품을 애정하지만 그래서 더 개막을 미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려운 결정이었죠."
이처럼 점차 업계에 대한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는 오 대표는 알앤디웍스가 100년이상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계속 조직을 다지고 있다. 업계에 밝고 제작 능력이 있는 메인 PD를 각각 한 명씩 둔 3팀의 제작팀이 매일 분주한 이유다.
주로 창작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저희 콘텐츠가 없으면 안 되죠. 그것은 창작일 수밖에 없고요. 물론 라이선스 비지니스도 필요한 부분이에요. 그런데 어떤 작품을 올리든지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고 창작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거든요. ' 창작이 없는 공연제작사의 미래가 밝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밝을 수 있지만 가치는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마, 돈 크라이' 관련 OST뿐만 아니라 공연계에서 보기 드문 DVD까지 내놓은 것도 창작 뮤지컬 산업의 부가가치를 키우기 위한 고민의 하나였다. "앞으로 뮤지컬 관련 부가 상품의 요구들이 더 있을 겁니다. 신선한 것을 제공해야 작품적으로도 수익이 날 거예요."
[서울=뉴시스] 오훈식 알앤디웍스 프로듀서. (사진 = 한국뮤지컬협회 제공) 2020.01.21. realpaper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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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는 대학에서 연출을 공부하던 1997년 PMC프러덕션의 넌버벌 퍼퍼먼스 '난타' 프로덕션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업계 경험을 시작했다. 대학졸업 후 설앤컴퍼니에 입사, 제작 PD로 10년을 일하다 알앤디웍스로 옮겼다.
업계 상황을 통달했을 법도 한데 "점점 더 알 수 없다"며 오 대표는 웃었다. "업계 흐름의 변화가 너무 빨라요. 다만 시장이 커지면서 제작사들의 제작 수준이 향상됐어요. 어떤 작품이든 이제 기본 이상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적극적인 관객들도 많아지고, 그런 부분들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죠. 예전과 달리 공연 관람을 이벤트가 아닌 자신의 생활 일부분으로 여기는 분들 덕분에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죠."
오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지만 좋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결코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드는 과정에서 운이 따를 수 없어요. 무조건 공을 들이고 고민해야 하는 거죠. 그렇게 탄탄하게 다져야 자생력이 생기는 거거든요. 이 업계에서는 안주할 수 없습니다."
현재 오 대표의 삶을 응축할 수 있는 뮤지컬 넘버가 있다면 무엇일까? 그는 최근 자신에게 프로듀서상을 안긴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중 넘버 '길 위의 나그네'를 꼽았다.
'호프'는 유고 원고를 수십 년째 간직한 70대 노파 에바 호프를 통해 자아찾기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 '길 위의 나그네'는 과거 호프가 집을 떠난 뒤, 거리에서 처참한 삶을 겪는 그녀를 묘사하는 'K'의 노래다. K는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다.
"매번 조금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순간들이 공연의 장면과 겹쳐서 떠오르더라고요. 대신 저는 가사 속에 등장하는 혼자 추운 겨울에 사는 '길 위의 나그네'가 아닌, 이제는 겨울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의 발걸음 가벼운 나그네의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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