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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시간 많이 남는다” 술술 풀린 ‘매크로 금지법’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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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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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자에 기술적 관리적 조치 의무화 '사실상 대처 불가능'…전문가들 지적 쏟아져
- 해외서 댓글 규제 찾기 어려워…'서구 민주주의에선 정당한 여론의 경쟁으로 보기 때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토론이 너무 빨리 진행되는 거 아닌가. 시간이 많이 남는다' 토론회 중간에 사회자가 경직된 분위기도 누그러뜨릴 겸 발언했다.

21일 체감규제포럼과 디지털경제포럼, 연세대 IT정책전략연구소가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오후2시부터 4시30분까지 잡힌 세미나였지만 3시가 넘어가자 토론이 얼추 끝날 분위기였다. 논란이 된 법안을 다룬 세미나치곤 이렇다 할 이견 없이 토론이 술술 풀렸다. 전문가들끼리 다툴 여지없이 지적할 것이 많은 문제투성이 법안인 까닭이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2소위)를 열고 댓글과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검) 조작을 막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이른바 '매크로(자동화프로그램) 금지법'이다.

매크로 금지법은 국회가 기술을 고려하지 않고 법안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법안엔 온라인서비스 사업자들이 불가능한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게다가 법안에서 매크로의 정의도 내리지 않았다. 이 경우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한다. 매크로를 단순 프로그램이 아니라 서버에 과부하를 일으켜 작동불능 상태로 만드는 디도스(DDos) 공격까지도 포함시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정훈 교수(연세대 공과대학 정보산업공학과)는 '서버를 다운시키는 공격은 기술적으로 막기가 어렵다'며 '정당한 쿼리를 날리는 패킷인지, 공격하려는 패킷인지 사실상 구분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한 IP에서 계속 패킷이 날아오면 블록(차단)하면 되지만 수만대 좀비 PC에서 패킷을 날릴 경우 이걸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실검 폐쇄를 유도하고 실검의 순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최지향 교수(이화여대)는 '(사업자가) 매크로만 골라서 관리하기가 어렵다'라며 '관리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자에게 부당한 것과 아닌 것의 판단을 떠넘기면 서비스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실검을 폐쇄하는 접근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 교수는 '실검의 순기능도 봐야한다'며 '공유경험을 형성하고 사회적 큰 이슈, 부정부패, 자연재해 등을 알려주는 환경감시 기능과 역할을 했던 게 있다. (법안으로 인해)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도 (사업자 판단으로) 보수적으로 안 하게 되면서 결국 이용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많은 '매크로 금지법'과 같은 국외 사례가 있을까. 아직 찾지 못했다는 전문가 답변이 나왔다.

장준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해외 사례를 찾기는 어려웠다. 댓글 조작 관련한 규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미국에선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공연티켓 예매를 금지하는 별도 법률은 만들어져 있긴 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댓글 조작 규제 등 국외 관련법을 찾기 어려운 이유를 '여론 조작을 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용국 교수(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서구민주주의 사회는 여론 독점의 폐해보다는 다양화된 정치세력에 의해 여론이 형성되고 경쟁하면서 채택되는 등 민주적인 질서가 발전했다'며 '거기에선 여론 형성 과정을 정당하게 여론끼리 경쟁하는 과정으로 보기 때문에 (매크로 금지법처럼) 위법성 제재로 발전하지 않은 게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매크로 금지법이 국내 사업자에게만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엔 이견이 없었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에겐 사실상 법 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조사와 명령이행 등에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최지향 교수는 '부당한 목적의 매크로 규제를 하되 표현의 자유를 건드리지 않고 잘못된 부분만 규제하는 식은 불가능하다'며 '이것을 정치권에선 가능하다고 한다. 인터넷 여론의 순기능을 살리는 그런 입법을 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변화를 촉구했다.

장준영 변호사는 '사업자나 단체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모니터링할 수 있게 지원근거를 마련해 의무부과보다는 자율규제로 접근하고 특수 영역에 대해서 법적 책임 도입이 맞지 않나'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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