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GS건설과 SK건설이 각각 2차전지와 연료전지 시장에 출사표를 잇따라 던졌다.
2차전지는 전기를 화학적 에너지로 바꿔 저장하는 장치다. 연료전지는 천연가스나 메탄올 등 연료에서 뽑은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들 사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포항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포항 규제자유특구 GS건설 투자협약식’에 참석한 이강덕 포항시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GS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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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은 포항 영일만4 일반산업단지내 재활용 규제자유특구 약 12만㎡(약 3만6000평) 부지에서 2차전지 재활용 관련 사업을 펼친다. 1차로 2022년까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2차 전지에서 연간 4500톤의 니켈, 코발트, 리튬, 망간 등의 유가금속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운영할 예정이다. 2차 투자로 연간 생산 규모를 늘리고 전후방 산업 진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SK건설은 미국 주요 연료전지 주기기 제작업체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연료전지 국내 생산에 나섰다. 이 회사는 현재 경북 구미 공장에 생산설비를 설치 중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본격적으로 연료전지를 생산할 전망이다. 생산규모는 연산 50메가와트(MW)로 시작해, 향후 400MW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언뜻보기에 건설업체와 전지 시장은 연관성이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기존 사업 모델과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GS건설은 회사 매출의 32%(작년 3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플랜트 사업을 하며 쌓아온 화학 공정 관련 기술 역량을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추진 동력으로 삼았다고 했다. GS건설 전체 직원의 약 90%가 엔지니어인데 이 중 전기전자, 화학, 기계, 소재 분야의 엔지니어가 절반 이상이다.
GS건설 관계자는 "화공 분야 엔지니어 등 인적자원과 기술력, 화공플랜트 시공경험을 살리면 차세대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서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각종 플랜트 설계·시공 등 경험과 노하우를 화학공정의 하나인 배터리 재생공장 건설에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SK건설도 기존에 발 담갔던 발전 플랜트 사업 분야에서 전지시장 확대 기회를 엿봤다고 설명했다. SK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발전소 건립 경험과 주요 발주처인 발전회사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지 시장으로의 확장성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K건설은 한국 표준형 원자력 신고리 1~4호기, 국내 최대 규모의 영흥 화력 3·4호기 공사 등 시공 사업과 833메가와트(MW) 규모의 오성 복합화력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이 회사는 재작년 미국 블룸에너지로부터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국내 공급권을 따낸 데 이어 작년 8월 KT 대덕2연구센터에 공급·시공을 마쳤다.
작년 8월 SK건설이 공급∙시공을 완료한 KT 대덕2연구센터에 설치된 연료전지 주기기 모습. /SK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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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주택건설사업 경기가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 성장 한계가 직면했다고 보고 새 시장으로 사업모델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까지는 주택사업을 통해 현금 흐름을 개선했으나, 앞으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신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GS건설의 주택공급은 2015년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했다. 2018년 신사업추진실을 신설하고 신사업부문 대표를 맡았던 허윤홍 부사장이 올해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사업에 힘이 더 실린 상태다.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친환경 및 도시화(Urbanization)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생산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연료전지, 친환경 플랜트 및 발전, 그리고 신개념의 주거상품까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전지 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들이 효과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주택시장 위축으로 건설주에 대한 하향 조정 등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결실이 앞으로 건설업계의 판도를 가를 수 있다고까지 보는 경우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GS건설은 GS그룹과 LG그룹 등 범계열사에서 나오는 사업들과 연계해 배터리 재활용 관련 사업에 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SK건설도 에너지 기업인 SK그룹과 연료전지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두 기업 모두 과감하게 투자하기보다는 기존 현금 흐름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차츰 늘려가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투자 확대 규모와 속도 및 기술 경쟁이 앞으로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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