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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강제 전역’ 성전환 부사관 “성별 정체성 떠나 나라 지킬 기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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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하게 된 트랜스젠더 여성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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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하게 된 트랜스젠더 여성 부사관이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저에게 그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변 하사는 육군의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사소청을 낼 계획이다.

육군 6군단 5기갑여단 소속 변희수 하사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저는 미약한 한 개인이지만 변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변 하사는 이날 자신의 얼굴과 신분을 언론에 공개했다. 변 하사는 기자회견 도중 감정이 복받쳐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입장문을 다 읽은 뒤에는 ‘통! 일!’ 구호를 외치며 경례했다.

변 하사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남성들과의 생활도 이겨냈지만 그에 비례해 제 마음도 무너져내렸다. 저는 계속 억눌러뒀던 마음을 인정하고 성별정정 과정을 거치겠노라고 마음먹었다. 소속 부대에서도 제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줬다”고 했다.

앞서 이날 육군 전역심사위원회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하사를 23일 오전 0시부로 전역시키기로 결정했다. 변 하사는 여군으로서 군생활을 이어가기를 희망했다. 변 하사는 법원에서 성별정정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전역심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날 국가인권위원회도 긴급구제 신청을 낸 변 하사에 대해 “성전환 수술행위를 신체장애로 판단해 전역심사위에 회부하는 것은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행위의 개연성이 있다”며 “인권위 조사 기간 3개월 뒤로 전역심사위를 연기하라”고 권고했지만 육군은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역심사위는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변 하사가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군 병원은 변 하사가 성기를 제거했다는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했다. 군인사법 제37조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은 전역심사위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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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가 22일 공개한 변희수 하사의 ‘사적 국외여행 허가서’를 보면 지난해 11월26일부터 12월22일까지 태국으로 ‘의료 목적의 해외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신고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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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변 하사는 지난해 12월 부대 허가를 받고 태국으로 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사적 국외여행 허가서’를 보면 변 하사는 지난해 11월26일부터 12월22일까지 태국으로 ‘의료 목적의 해외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신고했다. 변 하사는 2017년 3월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해 육군 6군단 5기갑여단에서 전차(탱크) 조종수로 복무해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부당한 전역 처분에 대해 인사소청·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시민사회에 변 하사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다.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과 함께 야만적인 군을 반드시 바꿔 낼 것이다. 기나긴 여정이 될 것이지만 시간은 인권의 편이다”라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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