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색다른 볼거리 떠오르는 '인형'
해외선 이미 대세…국내는 이제 시작
'빅 피쉬' 이지형 인형 디자이너 참여
"인형, 공연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특히 최근에는 인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화제가 됐던 해외 유명 작품들이 내한공연으로 소개됐다. 지난해 내한공연을 한 ‘라이온 킹’은 아프리카 대륙의 동물들을 200여 개의 인형으로 등장시켜 눈을 즐겁게 했다. 오는 7월에는 영국 국립극단 대표작으로 나무로 만든 실물 크기의 말 인형이 등장하는 연극 ‘워호스’가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있다.
뮤지컬 ‘빅 피쉬’의 이지형 인형 디자이너가 최근 서울 성북구 자신의 작업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해 12월 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국내 초연으로 막을 올린 뮤지컬 ‘빅 피쉬’도 인형을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영화를 무대로 옮긴 이 작품에는 3m 높이의 거인과 호스와 바구니 등 일상적 소재로 만든 코끼리를 비롯해 물고기, 늑대인간, 마녀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인형으로 등장해 국내 뮤지컬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볼거리를 선사했다.
무엇보다 국내 창작진만으로 해외 공연 못지않은 대형 인형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했다. 최근 서울 성북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빅 피쉬’의 이지형 인형 디자이너는 “아직 국내에서는 인형을 아동극에서만 접할 수 있는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다방면으로 잘 활용하면 더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수 있다”고 인형의 매력을 소개했다.
해외에서는 공연에 인형을 활용한 지 이미 오래 됐다. 지난해 8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킹콩’은 7m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인형으로 킹콩을 제작해 마리오네트 형식으로 무대에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안 감독의 영화로 잘 알려진 ‘라이프 오브 파이’는 극중 호랑이를 인형으로 제작해 배우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 연극으로 제작돼 지난해 6월부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인형이 등장하는 공연은 지금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워호스’ 같은 작품이 국내에 이제야 소개되는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공연 속 인형은 아동극의 요소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이 디자이너도 “공연 후기를 봤는데 인형이 등장하는 장면이 너무 아동 공연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작품 속 어린 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캐릭터를 인형으로 표현한 만큼 같은 시선으로 공연을 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뮤지컬 ‘빅 피쉬’의 한 장면(사진=CJ EN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형의 특징을 면밀히 살피는 것은 공연 관람에서 또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빅 피쉬’ 속 인형들의 경우 주변에 버려진 물건들을 활용하는 ‘정크 아트’ 콘셉트로 제작했다. 극중 윌이 접하는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해 제작을 했기 때문이다. 거인의 칼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3~4명의 배우가 조종하는 칼이 등장할 때면 관객의 시선이 모두 인형으로 향할 정도다. 로봇에 올라타듯 인형 가운데 올라탄 배우가 양손으로 레버를 움직일 때마다 얼굴과 표정의 움직임이 바뀌어 신기로운 무대를 경험하게 한다.
이 디자이너는 해외 유명 인형극단의 인형에서 영감을 바탕으로 칼을 완성시켰다. 그는 “스캇 슈왈츠 연출은 미국의 인형극단 ‘빵과 인형 극단’에서 영향을 받은 장대 모양의 인형을 제안했지만 거인 같은 거대한 느낌을 살리고 싶어 프랑스에서 대형 인형 제작으로 유명한 극단 ‘라 머신 컴퍼니’ 스타일로 지금의 칼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인형 작업자’로 소개하는 이 디자이너는 국내 마리오네트 1인자인 극단 보물의 김종구 대표로부터 인형을 배웠다. 2015년부터 인형과 함께 오브제, 무대 제작 등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해왔다. 한태숙 연출의 아동극 ‘엄마 이야기’, 국립극단 청소년극 ‘영지’ 등이 이 디자이너가 참여한 대표작들이다.
마리오네트와 같은 목각인형을 주로 제작해온 이 디자이너는 거대한 말을 인형으로 재현한 ‘워호스’를 접한 뒤 나무 이외의 다양한 소재로 인형을 만들어오고 있다. 이 디자이너는 “‘워호스’는 마리오네트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놀라운 작품이었다”며 “인형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꾸는 작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디자이너는 “인형은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며 “나뭇가지, 돌멩이 하나를 붙여놓고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형이다”라고 말했다. 인형 작업에 몰두하다 보니 지금은 인간과 다른 인형만의 목소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부터 ‘조음기관’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개별적인 인형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연극, 뮤지컬, 거리 공연 등 형식과 상관없이 인형이 중심이 되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빅 피쉬’의 이지형 인형 디자이너가 최근 서울 성북구 자신의 작업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빅 피쉬’에 등장하는 거인 칼의 미니어쳐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뮤지컬 ‘빅 피쉬’의 한 장면(사진=CJ EN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