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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생리대 지원은 여성의 권리"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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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지원, 보편적 복지로 확대될 수 있나

서울·경기 등 모든 여성 청소년에 생리대 지급 근거 마련

영남대생, 생리대 보편 지급 위해 직접 나서

"사각지대 놓인 이들 위해 보편복지 필요"

이데일리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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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지원을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선별적 복지제도는 '수혜자=저소득층'이라는 낙인을 심어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소위 '깔창 생리대 사건'이 발생하고 2년 후인 2018년부터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청대상 중 실제로 바우처를 신청하는 이는 열 명 중 여섯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환경연대는 '경기도 여성 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을 위한 토론회'에서 "여성청소년 보건위생물품 바우처 신청률이 (전국기준) 62.6%"라고 밝혔다. 신청률이 낮은 이유에는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바우처로 구입하는 과정에서 불편함, 민망함, 수치심 등을 겪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리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도 있다.

강동구 관계자는 "관내 지역아동센터 아동들 중 소득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지원받지 못하거나 초경을 일찍 시작했지만 연령 기준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며 "생리대 보편 지급이 이뤄지면 사각지대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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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희 경기도의원(사진=경기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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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청소년의 월경권 보장해야

지난해 정의당 서울시당과 여성환경연대 등 32개 단체는 모든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료로 지급하는 조례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개정안'을,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여성청소년 보건위생물품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급하는 근거가 서울과 경기에 모두 마련된 것이다.

조례안을 최초 발의한 전승희 경기도의원은 “올해 경기도는 청소년 대상 생리대 무상 지급 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31개 시·군 가운데 신청을 받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어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며 "생리대와 관련한 보편복지는 여성의 인권, 건강권, 행복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방자치단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서울시나 경기도처럼 예산상황이 넉넉치 않기 때문이다.

대구광역시도 ‘여성청소년 월경용품 지급 정책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지만 예산의 벽에 부딪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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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R이 대구역 지하상가에 설치한 '정혈대 공유함'(사진=영남대학교 여성주의 소모임 R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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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에게 무상 생리대 사용할 권리를

나아가 여성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이 무상 생리대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공시설 화장실에 모든 여성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2018년 서울시민 1350명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면 어떨까요?’라고 설문조사한 결과 92%가 찬성, 7%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현재 202개 공공기관에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그 외에도 광주광역시, 진주시는 각각 7개, 5개 공공기관에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해 시범 운영했다.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인 예산안으로 인해 지방 거주 여성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상황에 놓여있다. 부산시의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비상 생리대 무료자판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조례안 발의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리대 보편 지급 위해 학생들이 직접 나섰다

생리대 보편지급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구에서는 대학생들이 직접 발 벗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영남대학교 여성주의 소모임 RFR은 대구시설공단, 대구시여성가족재단과 협력해 대구역 지하상가에 ‘정혈대 공유함’을 설치했다.

RFR은 '생리', '그날' 등의 완곡한 표현 대신 깨끗할 '정'(精)에 피 '혈'(血)을 써 ‘정혈’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저소득층 여성 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을 ‘정혈대 공유함’의 사용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한 정부의 선별 지원은 생리대가 여성에게 생활필수품인 점을 간과하고 여성노숙자들이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RFR은 “프로젝트 초기 대구시여성가족재단측은 '정혈대 공유함'에 대해 생소해했다"며 "하지만 프로젝트 진행 이후 앞으로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향을 보였다"며 긍정적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생리대 남용 등 부작용 우려에 대해 RFR 측은 "초반에는 정혈대가 한꺼번에 소진되거나 탐폰이 뜯어진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부작용은 줄었다. 적극적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인식이 개선되면 남용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경권은 여성의 기본권"

이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생리대 지원이 선별복지에서 보편복지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화장실에는 휴지, 비누 등 필요한 것들이 구비 돼있지 않나. 여성에게 생리대는 휴지처럼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며 "공공 화장실에는 화장실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의 절반인 여성은 40년 동안 생리대를 사용한다. 여성은 자유롭고 안전하게 생리할 권리가 있다"며 월경권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생리대 지급은 월경권 보장의 시작"이라며 "여성 청소년에게 우선적으로 생필품인 월경용품을 무상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리대 보편지급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여성가족부의 저소득층 여성청소년 생리대 지원사업 예산안은 작년보다 2억여원 줄은 65억 300만원으로 책정되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청소년 인구 자연감소분이 있어서 예산은 줄었지만 생리대 바우처 단가는 올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소득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생리대 바우처'사업이 전체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스냅타임 김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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