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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사설] 줄줄이 새는 정부 보조금 그냥 두고만 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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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환수된 보조금 부정 수급액은 총 121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초 900억원대였다가 1년 사이 300억원 넘게 불어났다. 적발된 비리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정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다.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돈을 빼먹는 수법도 갖가지다. 어느 중소기업은 ‘가짜 연구원’을 등록하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지원금 3억 9000만원을 챙겼다. 병원 대표가 요양급여를 가로채거나 어린이집 원장이 어린이집 수선공사를 하면서 업체와 짜고 거액을 빼돌린 사례도 드러났다. 주유소 대표와 화물차 차주들이 같은 패거리를 이뤄 유가보조금을 불법으로 꿀꺽하기도 했다. 사방에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다.

정부 보조금을 임자 없는 돈으로 여기는 부정 수급자들이 문제다. 하지만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탓도 크다. ‘일단 쓰고 보자’는 식으로 집행 실적을 높이는 데만 골몰할 뿐 정작 대상자 선정과 사용처의 적절성 등 관리에는 소홀한 때문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선심성 정책으로 현금을 뿌리면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부정수급을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조금 규모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5~2017년에 94조~97조원대 수준이던 것이 2018년 105조 4000억원, 2019년에는 124조 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안정자금, 노인 일자리 등에 현금 지원을 대폭 늘린 결과다. 실효성 있는 누수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보조금이 늘어날수록 부정수급 비리도 덩달아 증가할 게 뻔하다.

경기 진작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보조금 증액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하는 꼴이 될 뿐이다. 부정수급을 뿌리 뽑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그제 부정수급 신고자에 대해 포상금 2억원에서 환수금의 30% 확대 방안을 발표했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재 부가금 확대, 인신구속 등 처벌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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