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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신동민의 인생영업]'영업'은 왜 가르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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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주한글로벌기업 대표자협회 회장·‘나는 내성적인 영업자입니다’ 저자]정신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돌아서니 금방 새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새로운 직원을 영입하는 것이었다. 훌륭한 인력을 채용하고 적합한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은 기업의 성장과 영속성의 핵심
이데일리

이다. 그만큼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인력채용 과정에선 심각한 자원 불균형 현상과 마주하게 된다. 직종에 따라서 훌륭한 후보자가 넘치는가 하면,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될 성 부른 인재가 없는 경우도 있다. 물론 새롭게 떠오르는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바이오 연구영역 등에서 수급 불균형은 당연한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가장 많은 인력이 있고, 일반적인 직종인 영업직에 좋은 인재를 구하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이다.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정작 영업 인력은 채용하기가 어려울까. 시장에서 영업직 인력은 풍부하지만 정작 영업을 제대로 교육받고 체계적으로 경험을 쌓은 사람은 정말 찾기 어렵다. 영업직의 중간 관리자 정도를 채용하자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어떤 영역에서나 마찬가지로 타고난 자질로 훌륭한 성과를 내는 인재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인력들은 개인적인 성과로는 빛을 낼지 몰라도 관리자가 되면 타고난 자질뿐만 아니라 많은 추가적인 능력을 요구받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영업은 주로 도제식(徒弟式)으로 선배들에게 배우거나, 신입사원 시절 영업직군에 배치받았을 때 기초적인 영업 교육 정도 받은 것으로 평생 동안 업을 유지한다. 비즈니스 환경은 매일매일 변하는데 영업은 그냥 어쩌다 배운 실력으로 영업이라는 고도의 전문 업무를 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영업은 그냥 열심히 하면 성공하는 영역이 아니다. 영업은 과학과 인문학이 함께 공존하는 영역이다. 영업인이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과학기술의 산물이고, 영업인이 관리하는 고객과의 접점은 철학과 심리학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영업직원은 회사를 대표하고,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고, 적절한 상품을 제안하면서 설득하는 고도의 업무를 한다. 이런 고도의 복잡성을 요구하는 업을 그냥 감에 의존하거나 열심히 해서 헤쳐나가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오만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40%가 자기 전공과는 다른 직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고 한다. 구직자들이 원하지 않는 직종 중에 영업직이 대표적인 예로 거론된다. 대학 졸업생 중에서 원하는 직종을 조사해보면 경영학과 출신조차도 대부분 재무, 인사, 마케팅 직종을 선호하고, 영업은 항상 순위에서 밀린다.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 월등히 많은 수요가 있는 직종은 영업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에는 본사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직종이 있겠지만, 외국계 기업의 경우에는 한국법인이 지사 역할을 하므로 대부분이 영업직군이다. 심지어 전체 인력의 70~80%가 영업직으로 이루어진 회사도 많다. 그런데 막상 인재를 구하다 보면 체계적으로 교육된 영업 인력은 찾기가 어렵다.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 대학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졸업하는 경영학과 출신들도 영업을 교육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영업을 왜 우리는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왜 수요가 한정된 회계, 재무, 마케팅, 인사 등만 열심히 가르치는 걸까.

대학이 순수학문의 전당인가, 실무형 사회인을 양성하는 곳인가에 대한 논쟁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졸업생 중에 엄청난 비율의 인력이 영업이라는 직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들은 영업이라는 것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다. 회사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직종에 이렇게 체계적인 교육 없이 무방비로 투입되는 영역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영업을 가르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회적으로 영업이라는 영역을 낮게 보는 편견과 학문적으로 연구해서 인정받기 어려운 풍토 때문이다. 이제는 영업을 제대로 가르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수출규모를 자랑하고, 국가 경제에서 수출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나라이다. 결국 우리가 생산한 것을 외국에 판매해야만 나라의 경제가 유지가 된다. 그렇다면 판매하는 주체인 영업은 핵심이 되어야 한다.

한때 무역학과에서 해외 무역을 전공한 많은 인력을 배출했다. 물론 무역학과가 영업을 가르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전문가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많은 학교에서 무역학과는 다른 학과와 통폐합되었다. 그 만큼 전문가가 배출될 기회가 축소되었다. 그렇다면 국가 수입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영업인들의 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되짚어 볼 시점이 되었다. 아직도 1억 달러 국가수출을 달성하던 과거의 열정, 자신감, 의지를 강조하는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봐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영업인력 양성을 위해서 엄청난 투자를 한다. 대표적으로 IBM 같은 회사는 영업인력 양성을 위해서 꼬박 1년이라는 기간을 전문 영업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에 투자한다. 또 다른 글로벌 기업의 예를 보면 ‘영업 리더 프로그램(Commercial Leadership Program)’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고급 영업 관리자 양성을 위해서 다양한 영역에서 순환적으로 교육과 경험을 시킨다. 무려 2년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영업 관리자로 투입한다.

훌륭한 영업인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되어지는 것이다. 이제 전문적인 영업 교육을 할 시점이다. 영업학과처럼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최소한의 필수 과정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이공대 출신의 많은 인력이 영업 쪽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영업은 전공을 불문하고 누구나 하는 삶의 기본 영역이다.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가게들이 있고, 음식점들이 있다. 그들의 본질은 무언가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 둘러보면 얼마나 많은 인력이 직간접적으로 영업직에 해당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알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교환하면서 살아간다. 이런 기본적인 활동인 영업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영업을 제대로 가르치는 노력이 경제발전의 또 하나의 초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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