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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단독]만성피로 관제탑…눈감는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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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교통관제사, 주 55시간 근무 ‘국제기준 초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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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0, 영국·호주 36시간

인천 항공량 2배 늘었는데

근무 인력은 오히려 줄어

국제기구 권고에 ‘개선 중’


항공기 이착륙을 관리하는 국내 항공교통관제사의 근무시간이 국제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관제사의 일주일 최대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 관제사들은 평균 55시간 넘게 근무하고 있고, 일부 관제소는 65시간이나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도의 주의 능력이 요구되는 관제사가 장시간 근무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면 대형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토교통부가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에 연구용역으로 의뢰한 ‘항공교통관제사 피로관리 제도 도입방안 연구’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서울지방항공청의 경우 인천·김포 관제탑 관제사의 일주일 근무시간이 각각 54.5시간, 54.1시간이며 이 중 야간 근무시간은 15.3시간이다. 부산지방항공청 산하 울진·울산 도착관제실은 관제사 근무시간이 65시간에 달한다.

이는 해외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관제사의 집중력 저하가 대형 항공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미국은 일주일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영국과 호주는 36시간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ICAO가 권고한 40시간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야간 근무는 8시간 이내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최대 10시간을 넘지 않는다.

한국은 공무원 복무규정을 적용해 관제사의 일주일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는 있지만 근무시간 초과를 상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는 보고서에서 “관제사들이 규정된 근무시간 초과와 장시간의 야간 근무, 비효율적인 근무 스케줄 등으로 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업무강도에 따른 관제사의 스트레스는 심각했다. 보고서에 담긴 관제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약 69.8%가 불면증 증세가 있었으며 주간 졸림증이 있는 관제사도 69.6%였다. 이들은 피로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근무인력 확충(80.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항공안전 국회 토론회’에서 변희구 항공교통본부 인천항공교통관제소 지회장은 “국제기구 권고와 비교도 안되는 최소 인력으로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인천국제공항의 일평균 항공량은 2009년 555건에서 2018년엔 1078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관제사 현원은 99명에서 96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관제사의 피로관리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도 장시간 근무를 부추기고 있다. 항공안전법에는 운항·객실승무원에 대한 피로 위험관리 규정은 있지만 관제사의 피로관리에 대한 규정은 없다.

앞서 ICAO는 항공교통관제사가 충분한 주의력을 가진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피로관리 시스템(FRMS)을 올해 11월까지 운영해야 한다고 회원국에 권고했다. 이에 국토부도 부랴부랴 개선에 나섰지만 조달청과 연구용역 발주 과정에서의 이견으로 일정을 맞추기 빠듯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달청과 협의 과정에서의 이견으로 시범운영 일정이 줄어드는 등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11월부터 운영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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