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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자원재활용법에…확 바뀐 설 대형마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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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자율포장대 혼란 줄어들어, 박스 접어 사용하거나 장바구니 대여

선물세트 내용물 빼곡히·마트도 테이프 사용 최소화

투명 페트병으로 바뀐 소주·음료수 매대 차지

대여용 장바구니 낮은 회수율은 숙제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지난 21일 이마트 은평점. 저녁 장과 이른 차례상 장보기, 명절 선물세트 구입을 위해 마트를 찾은 손님들로 북적이며 ‘대목’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평소보다 장보기 품목이 많은 시기. 작년만 하더라도 구매한 물품을 박스 포장하기 위해 자율포장대가 많이 붐볐지만 올해 들어 노끈과 테이프가 사라진 자율포장대는 한산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끈과 테이프가 사라진 지 20여일. 우려와 달리 설 장보기에 나선 손님들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한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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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포장대에서 테이프 끈 없이 박스 포장을 이용하거나 대여용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모습.(사진=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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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장바구니 대여 2배 늘어·대여용 박스는 사용 안 해

자율포장대에는 여전히 박스는 구비왜 있지만 노끈과 테이프는 없었다. 대신 대여용 박스를 5000원에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장을 보러 나온 주부 김모(59)씨는 익숙하다는 듯 한쪽에 비치된 종이박스 하나를 집어 들어 딱지모양으로 접은 후 물품을 넣었다. 김씨는 “처음에는 불편했는데 환경 때문이라면 동참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장바구니도 가지고 왔지만 오늘은 산 것이 많아서 가벼운 것은 박스에 담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계산대에는 장바구니를 대여하거나 구매하는 고객들이 종종 보였다. 이마트는 박스를 대체할 대용량(56ℓ) 장바구니를 3000원에 대여해주고 있다. 회사원 이모(37)씨는 “집에 대용량 장바구니가 2개가 있는데 회사 퇴근 후 바로 장을 보러 오느라 가지고 오지 못했다”며 장바구니를 다시 대여했다.

대용량 장바구니 사용량은 크게 늘었다. 이마트는 전국 점포에서 지난해 12월 일 평균 2500개가 대여됐는데 1월에는 5000개로 2배 늘었다고 밝혔다.

2시간여를 지켜봤지만 대여용 박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한명도 없었다. 대여용 박스는 대용량으로 무게가 나가는 물품을 구매했을 때 종이박스처럼 형태가 있는 포장용기에 담아가길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마트에서 마련한 것이다. 5000원의 보증금을 내고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이 대여용 박스를 점포별로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사용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5000원의 보증금 영향이 큰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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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포장대에 등장한 대여용 박스. (사진=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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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세트, 1+1, 술 코너…곳곳에 플라스틱 줄이기 노력

테이프와 노끈을 없앤 것은 대형마트들의 자율협약이지만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른 조치다. 개정안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러한 자원재활용법의 시행은 마트 곳곳의 모습을 바꿔 놨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내용물 간격이 좁아진 명절 선물세트였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과대포장에 대한 단속을 계속 강화하자 식품업체들이 선물세트 구성품 배치에서 간격을 최대한 줄였다. ‘동원참치’ 선물세트의 빼곡해진 캔 배열이 눈에 확 들어왔다. 동원F&B 관계자는 “이번 설 선물세트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무게를 평균 20% 줄여 연간 40t의 플라스틱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의 햄, 식용유, 샴푸 등 복합 선물세트도 마찬가지였다.

주류와 음료수 진열 코너도 확 바뀌었다. 자원재활용법은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소주 코너에는 ‘참이슬’, ‘처음처럼’, ‘푸른밤’까지 페트병 제품은 모두 무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직사광선을 피해야 하는 맥주는 5년의 유예기간이 있어 아직 갈색 페트병에 담겨 있었다.

음료수 코너에도 투명 페트병 제품이 주를 이뤘다. 업체들은 페트병을 투명으로 바꾸는 대신 라벨에 고유의 색깔을 담는 방식으로 소비자 시선을 옭아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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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 간격이 좁하진 명절 선물세트. (사진=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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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효과 있으려면 회수율 높여야

마트 자체적으로도 테이프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자율포장대에 테이프와 노끈을 없앤 초기만 하더라도 마트 직원들이 테이프를 칭칭 감아 1+1 상품을 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찾아간 마트에서는 물건을 붙일 때 물건 면적만큼 테이프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마트 출입구에는 플라스틱 회수를 위한 함도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대여용 장바구니 회수율이다. 보증금을 내고 사용 후 반납을 해야 말 그대로 ‘대여용 장바구니’가 되는데 회수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판매’가 되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여용 장바구니 회수율은 2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바구니의 소재는 대부분 폴리에스터로,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이 걸린다. 대여용 박스도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려 테이프와 노끈을 없앴는데 대여용 박스나 대여용 장바구니를 더 많이 만들어 판매하게 된다면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

환경단체들은 마트가 대여용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할 것이 아니라 고객이 집에 있는 장바구니를 들고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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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페트병으로 바뀐 소주가 진열된 주류코너. (사진=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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