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열·구조견, 매몰추정지점 확보…'얼음'이 작업 걸림돌
'물 끌어와 녹이기'는 얼음 될 우려…"길어지면 봄 이후 녹을 듯"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 지역 금속탐지 수색 |
(포카라[네팔]=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네팔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 한국인 4명에 대한 수색이 여러 날 계속되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서 수색에는 어떤 방법이 동원되는지, 눈과 얼음은 언제쯤 녹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네팔 구조 당국은 사고 다음 날인 지난 18일부터 민관군을 총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유류품 몇 조각을 발견했을 뿐 실종자는 찾아내지 못했다.
현지 수색 방식은 크게 매몰추정지역 탐지와 직접 눈과 얼음을 파헤치는 직접 수색 두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다.
엄청난 양의 눈과 얼음이 쏟아져 그대로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라 무턱대고 아무 곳을 파헤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구조대에 따르면 사고 후에도 현장에는 2차 눈사태가 발생해 눈과 얼음이 더 쌓였고 이후 눈까지 계속 내리는 상황이다.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 지역 금속탐지 수색 |
탐지는 크게 기계, 인력, 구조견 등 세 방식으로 나뉜다.
현장에 투입된 탐지 기계는 금속탐지기와 드론 열감지기 두 종류다.
금속탐지기는 네팔 전문구조팀이 활용하는 것으로 일종의 지뢰 탐지기와 비슷한 개념이다.
전문구조팀은 22일까지 매몰추정지점 6곳을 추정했다. 탐지 신호가 잡힌 지점은 물론 맨눈으로 매몰 추정지를 가늠해 눈 위에 빨간색 표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 기계의 효용성에 대해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2일 이 기계 2대와 인력을 빌려 현장 수색을 벌인 그는 "현장 여러 군데에서 마구 삑삑거리며 반응 소리가 났다"며 "습기가 들어가거나 하더라도 오작동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엄 대장이 이끄는 KT 드론 수색팀은 21일과 22일 현장 수색에 나섰다.
여기에 활용된 드론은 모두 두 개로 열 감지 카메라와 줌 기능이 있는 카메라가 장착됐다. 눈 속 4m 깊이의 사람 체온까지 감지해낼 수 있다고 KT 관계자는 설명했다.
22일 한 곳에서 열 감지 신호가 포착돼 그곳을 집중적으로 수색했지만 역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수색팀이 아무리 촘촘하게 움직이며 드론을 움직여도 이 과정에서 커버되지 못한 지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역시 한계다.
눈사태의 위력이 대단했기 때문에 실종자가 예상과 다른 지점으로 밀려났다면 탐지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KT 관계자는 "특정 사고지점에서 열 감지가 되지 않더라도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실종자가 사망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력 탐지는 인근 지리를 잘 아는 주민과 경찰 전문 인력이 맡았었다.
이들은 눈사태가 난 주변 지역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며 매몰 지점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주민은 이런 눈사태가 날 경우 실종자가 어느 지점으로 밀려날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이기 전의 기존 지형이 어떤지 등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수색 작업의 핵심 노릇을 하고 있다.
여기에 22일부터는 구조견 2마리가 현장에 투입돼 수색이 강화됐다. 이 구조견들은 과거에도 대형 눈사태 조난 사고 때도 맹활약, 인명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나푸르나 실종자 수색 구조견 투입 |
◇ 양이 많은 데다 얼어붙은 눈과 얼음 파편
이 같은 탐지 결과를 토대로 21일부터 투입된 군 수색구조 특수부대원 9명과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눈을 파헤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엄 대장은 22일 KT 수색팀 등과 함께 매몰 추정지 여러 곳을 평균 2m 깊이로 팠지만, 실종자의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 네팔 군 당국도 "매몰 추정지에서 깊이 5m가량을 파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엄 대장은 "6m짜리 탐침봉이 다 들어가는 것을 보면 실종자는 평균 10m 깊이 아래에 묻혀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인근에서 눈사태가 계속 발생하는 데다 눈도 오고 있어 수색은 대개 이른 오후에 중단되기 일쑤다. 기존 눈사태를 만들었던 눈과 얼음 파편들은 이미 얼어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눈사태가 난 지역의 지형이 좁고 가팔라 많은 인력을 한 번에 투입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카라에서 차량과 도보로 3일이나 걸릴 정도로 떨어져 있는 험한 이 지역에 중장비 같은 눈·얼음 제거 기계를 동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눈사태 잔해 위에 쌓인 눈을 방치할 경우 그대로 얼어붙어 녹는데 3∼4개월 이상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네팔군 헬기조종사 라빈은 연합뉴스에 "현장에 눈이 3m 높이로 쌓인 상태"라고 말했다.
박영식 주네팔대사는 "현장에 눈과 얼음이 너무 많은 데다 눈이 계속 내리고 있어 이게 녹지 않으면 작업이 어렵다는 게 주민과 전문가의 공통적인 지적"이라고 말했다.
엄홍길 대장이 찍은 눈사태 사고 현장 |
◇ 동굴 물 끌어와 눈·얼음 녹이기는 '한계'
이런 상황에서 현장 인근 마을 주민수색대장이 '동굴 물 끌어오기'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고 현장 인근 동굴 안에 흐르는 물을 호스로 연결해 끌어온 뒤 매몰 추정 지점을 덮은 눈과 얼음에 강하게 뿌려 이를 녹이자는 것이다.
한국 구조 당국도 그 같은 의견에 찬성하면서 경찰, 주 정부 등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현지 경찰서장도 관련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 당국 관계자 사이에서 이견이 발생해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일부 관계자는 뿌린 물이 오히려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의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이다.
네팔 눈사태 실종자 구조 총책임자인 카르키 경찰서장 |
◇ 수색 작업 성과는 언제쯤…눈은 언제 녹나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지금 같은 수색 작업은 언제쯤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박 대사는 "이런 전망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해주는 전문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가파른 지형, 엄청난 양의 눈과 얼음, 구조대 지속 동원 여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정확한 작업 종료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이 녹는 시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눈으로만 이뤄진 일반적인 눈사태가 아니라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함께 부서지며 섞여 얼어붙은 상태라 녹는 시기가 훨씬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장에는 계속해서 눈이 와 쌓이고 있다.
간다키 프라데시주(州) 카스키 군(district)의 D.B. 카르키 경찰서장에 따르면 실종자 7명(네팔인 3명 포함)은 두 곳으로 나뉘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6명은 눈이 많이 쌓인 쪽에 있고 나머지 한 명은 비교적 적은 곳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했다.
카르키 서장은 "전문가와 현지 주민은 눈이 적게 쌓인 쪽의 경우 1∼2주면 녹아 실종자가 발견될 수 있다고 했다"며 "6명이 갇힌 것으로 여겨지는 쪽은 눈이 녹는 데에 햇볕이 매일 잘 들 경우 한 달 또는 한 달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경우에 대한 예상과 관련해서는 "우리도 날씨가 걱정"이라며 "갑작스레 변덕을 부리면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 녹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엄 대장은 내년 봄이 되더라도 녹을 수 있는 성질의 눈사태 덩어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얼음과 눈이 워낙 딱딱하게 굳어있어 지금 상태로라면 내년 여름 우기는 돼야 녹을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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