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갤럭시 버즈 끼고, 어글리 슈즈 신고... 파리로 간 'K패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삼성물산 ‘준지’, 한섬 '시스템·시스템 옴므'... 패션 본고장 파리 진출
오프화이트 패션쇼엔 한국 래퍼 식케이가 모델로

조선비즈

17일(현지시각) 파리 의과대학에서 열린 준지 패션쇼./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19일(현지시각) 열린 2020년 가을·겨울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에 국내 패션 기업들이 참석해 K패션을 알렸다. 파리패션위크는 패션쇼와 전시 등을 통해 다음 계절에 출시될 신상품을 미리 소개하고 판매하는 비즈니스 행사로 밀라노,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4대 패션위크로 통한다.

◇ 준지·시스템·우영미 등 패션쇼 개최

먼저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전문기업 한섬의 시스템과 시스템옴므가 포문을 열었다. 이들 브랜드는 16일 파리의 복합예술문화공간 팔래드 도쿄에서 상품 전시회를 진행했다.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영국 밴드 '뉴 오더'에게 영감을 받아 남녀 의류 200벌을 선보였다.

다음날엔 파리 의과대학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의 패션쇼가 열렸다. 준지는 2007년부터 파리에서 패션쇼를 진행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조선비즈

가죽 소재를 탐구한 준지 패션쇼./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준지는 브랜드의 정체성인 젠더리스(성별의 경계를 허문 스타일)를 기반으로 가죽과 서양식 의류 재단법인 테일러링을 결합하고, 재킷엔 어깨에 1cm가 넘는 패드를 넣어 1980년대 감성을 살렸다. 삼성전자와 협업한 갤럭시 버즈와 스포츠 브랜드 리복과 만든 어글리 슈즈 펌프 코트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선보인 협업 상품은 라인업을 확대해 올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준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예술 감독)인 정욱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무는 "이번 패션쇼는 1970년대 영국에서 발간된 잡지 '아토마쥬'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친환경 가죽을 사용해 '패션도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LF의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Dunst)는 파리패션위크 주간 마레지구의 로미오 쇼룸에 입점해 전 세계 패션 바이어들과 만났다. 로미오 쇼룸은 파리 패션 특구인 마레지구에서 위치한 초대형 쇼룸으로, 세계 패션인들의 성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입점은 로미오 쇼룸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16일 파리 팔래드 도쿄에서 열린 시스템·시스템옴므 프레젠테이션./한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2월 LF의 사내 벤처 지원 프로그램으로 출범한 던스트는 '형체가 없는'이라는 뜻을 지닌 브랜드명처럼 패션, 건축, 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창작자들이 모여 만든 브랜드다. 밀레니얼 세대의 주도로 급성장한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을 겨냥해 기획됐다.

◇ 명품 패션쇼에 한국 래퍼가 모델로… "한국 패션 젊고 트렌디해"

18일에는 남성복 솔리드옴므로 유명한 디자이너 우영미가 패션쇼를 열었다. 2002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파리패션위크에 참석한 우영미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랜도'를 주제로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 여성복을 선보였다. K팝 스타 지드래곤의 누나인 권다미와 스타일리스트 정혜진이 운영하는 브랜드 웰던도 패션쇼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군 복무를 마친 지드래곤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K팝 스타들의 활약상도 돋보였다. 루이비통 남성복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운영하는 브랜드 오프화이트의 패션쇼(15일)에는 한국 래퍼 식케이가 모델로 올랐다. 버질 아블로는 지난해 6월 열린 루이비통 남성복 패션쇼의 한국의 아이돌 그룹 위너의 멤버인 송민호를 패션쇼 무대에 세운 바 있다. 이외에도 보이 그룹 ‘엑소’의 카이·세훈, ‘뉴이스트’ 백호 등이 구찌, 벨루티, 던힐의 패션쇼 앞자리에 초대됐다.

조선비즈

파리패션위크 주간 ‘로미오 쇼룸’에 입점한 LF 스트리트 브랜드 던스트./LF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사 업종인 화장품이 K뷰티라는 이름으로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반해 패션 분야는 아직 세계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국내 패션업계는 개성과 젊은 감성을 앞세워 패션의 본고장에 진출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삼성물산 준지는 영국 해롯백화점, 프랑스 라파예트 등 30개국 100여 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세계적인 기업과 협업도 활발히 진행한다. 앞서 몰스킨, 엄브로, 카파 등과 협업한 데 이어 지난해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캐나다구스와 협업 재킷을 출시해 조기 매진한 바 있다.

올해 3회째 파리패션위크에 참석한 한섬은 행사 때마다 홀세일(도매) 판매로 100만 달러 규모의 상품을 판매했다. 올해부터는 수출용 상품 개발을 전담하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GCD)’ 제도를 도입해 상품력을 강화했다.

한섬은 파리에 이어 뉴욕, 상해 패션위크 등 글로벌 패션 행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파리와 상해 패션위크를 통해 15개국에 시스템·시스템옴므 의류를 수출했고, 대부분 현지에서 완판됐다"며 "올해도 행사 전부터 해외 유명 백화점으로부터 팝업스토어 제의를 받는 등 좋은 실적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조선비즈

구찌 패션쇼에 참석한 ‘엑소’ 카이(왼쪽)와 오프화이트 패션쇼에 오른 래퍼 식케이./구찌, 하이어뮤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외 패션 관계자들은 한국 패션의 강점으로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꼽는다. 특히 K팝과 드라마 등의 세계적인 성장은 한국 패션을 보다 세련되고 독창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했다. 전미경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은 "한국엔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는 없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융합해 룩앤필(look&feel·보이는 것)을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며 "패션과 뷰티,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를 융합해 ‘K스타일’을 만든다면 세계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