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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아이템은 없는데 창업은 해보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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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점프] 이선용의 트레이드 오프(1)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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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다들 바빠지고 나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알려주는 생일 알람을 챙기는 게 고작이었는데 잠시 귀국한다고 하니 이번엔 얼굴을 좀 봐야 할 것 같았다.

학창 시절 선도부장 역할 자처하던 친구 L은 의료기기 브랜드의 해외법인장을 하고 있었다. 근황을 주고받다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를 놓고 대화가 이어졌다. L은 “그래도 너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있으니, 그것만큼 부러울 게 없다”며 필자가 겪고 있는 경영 부담마저 마냥 부러울 따름이랬다. 그는 여유롭게 살기엔 은퇴할 때까지 충분한 자금을 만들지 못할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평생 남의 일만 해왔으니 어차피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회사에서 높은 연봉에 좋은 교육환경을 마련해주고 있지만 은퇴 이후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 지 고민이랬다. 경영 경험을 살려 회사를 창업해 운영해보고 싶은데 마땅한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창업 이후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는 왜 이 아이템을 골랐느냐는 것이다. 은행 출신에 소위 돈 되는 일들도 많았을 텐데 왜 굳이 가시밭길을 선택했냐는 것이다. 앞서 친구의 이야기면 실마리가 될 것이다. 돈을 바라보고 하는 일이면 돈을 바라보고 고르면 될 것이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으면 그런 아이템을 고르면 된다. 필자에게 중요한 것은 의미와 재미였다. 돈은 그다음에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아이템은 결국 누군가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 누군가는 개인, 기업, 정부 등이 해당된다. 다들 없어서 불편하다고 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하고 이러한 불편이 다른 곳들과 달리 어느 한쪽에선 해소되고 있을 때 그 아이템은 빛이 나게 된다. 여기에서 개인의 윤리적 경험적 잣대가 선택지를 좁혀줄 것이고 그렇게 아이템 리스트가 생긴다.

아이템이 마땅치 않다면 혹은 아무리 봐도 고르는 게 익숙지 않다면 누군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시장 분석과 유통까지 책임져주는 것. 바로 프랜차이즈다. 편의점도 있고 식당이나 분식집도 있다. 점포 수가 많고 점장들 카페 평이 좋고 어느 브랜드가 점포별로 균일하게 좋은 퀄리티로 서비스하는지를 확인하면 어디와 손을 잡을지가 명확해진다.

꼭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만이 창업이 아니다. 별일을 별일 아닌 것처럼 해낼 때 별일도 벌일 수 있는 거다. 지인 중에 본업이 있으면서도 서울에만 3개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후반 남성 C가 있다. 승진 심사에서 미끄러져도 좌절하지 않았고, 주말에 대내외 영업차 골프에 불려다니지도 않았다. 매사 활기찼고 낮에는 직장에서 밤에는 자기 점포 직원들을 챙기며 지냈다. L 군에게도 C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실패해봐야 다음 스텝이 더 단단해진다. 가능하다면 좀 일찍 실패해보는 것이 좋다. 학교와 회사에서만 뭘 배운다고 생각하면 은퇴 후엔 더 이상 배울 곳도 배울 힘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뭐든 해보고 싶다면 부딪쳐보라. 우리에게 변곡점은 매번 지금이었다.

※ ‘라이프점프’는 국내 최초의 경제지인 서울경제신문이 론칭한 4050세대의 이직·재취업, 창업·창직, 겸·부업 전문 미디어입니다. 라이프점프는 ‘일하는 행복, 돈 버는 재미’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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