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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액티브한 50대, 서울을 떠나 집터가 일터가 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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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점프] 홍종희의 트래블 스토리헌터(1)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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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벗어나 자유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 헤이리 예술 마을, 출판단지, 프로방스 마을이 가까운 파주의 한적한 동네 골목에 들어서자 초록 식물이 생동감을 주는 예쁜 카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숙박공유업체를 운영하는 최지원(55)씨의 일터이자 집터이다.

최 씨는 4년 전인 51세에 은퇴를 결심했다. 여성 리더로서 자산관리사 대표까지 지낸 그녀는 공기 좋은 파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주말이면 킨포크(kinfolk·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여유로운 자연 속에서 소박한 삶을 지향)적인 삶을 살았지만 주중엔 2시간이 넘는 출퇴근 교통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와중에 파주에 집을 지으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잡 체인지(Job Change) 수순을 밟게 됐다.

최 씨는 고객들의 종합자산관리, 직원교육과 조직관리를 했던 경험을 자신의 50대 이후의 삶에 적용하기로 했다. 50대 초중반이면 누구나 은퇴를 생각하고, 때론 원치 않아도 은퇴를 준비해야만 한다. 최 씨는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조절하면서 일정 이상의 수입이 나오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집터가 일터가 되는 삶을 설계하고 실행에 옮겼다.

사실 최 씨의 어릴 적 꿈은 갤러리 호텔을 갖는 것이었다. 10년 전부터 취미로 좋아하는 커피를 배우면서 카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주로 터전을 옮기면서 이런 꿈들이 모자이크처럼 연결됐다. 1층에 카페를 내고 위층에는 가족이 살고, 평상시에 지원님이 책을 읽던 자투리 옥탑방을 게스트에게 내줬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숙박공유업을 시작하면서 외국인과 가족여행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독일의 다큐멘터리 제작 팀이 촬영을 위해 그녀의 집에 한 달 간 머물기도 했다. 세모난 낮은 천장을 가진 옥탑 공간이 숙소로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며칠 씩 머물다 간 가족들도 있었다.

게스트들의 후기를 읽다 보면, 방안 욕조에 물을 받고 꼬마들이 수영장처럼 즐기면서 TV도 보고, 침대에 누워 비스듬한 하얀 벽에 프로젝트 빔을 쏘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영화를 보는 등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옥탑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신기했다.

최 씨는 동년배이자 베이비 부머세대인 50대들에게 자신의 집을 공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은퇴 후에도 꾸준히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저는 굳이 50대에 서울에서 살 필요가 없다고 봐요. 공기 좋은 외곽으로 나가면 금전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평상시 하고 싶던 취미생활과 자기계발도 할 수 있죠. 혼자 살거나 자녀들이 다 크고 집을 떠나면 기본적으로 외롭죠. 그런데 집의 남는 공간을 나누면 수입도 되고 새로운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즐거움도 배가 되죠. 50대 초중반이면 아직 에너지도 많고, 삶의 연륜도 있잖아요. 액티브하게 살아야죠. ” 최 씨의 말이다.

가끔 카페 일을 도와주는 최 씨의 딸은 어머니의 인생 2막을 응원한다. “어머니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즐기는 아주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세요. 그렇지만 일로 만난 사람들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나고, 체크인과 카페에서 아침 식사할 때 잠시만 게스트와 대화를 나눠도 괜찮으니, 어머니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인생의 2막을 즐겁게 생활하셔서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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