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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르포] 지갑 닫힌 설 명절...시장·마트·백화점 "장사 안돼요" 손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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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효주·민경하 기자 = "연휴 전날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없네요. 설 특수? 옛말이죠."

영등포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의 말이다. 그는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유동인구가 늘었지만 판매는 계속 줄고 있다며 하소연을 늘어놨다.

설 명절(1월25일)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명절 대목을 맞은 상인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 된데다 온라인 장보기가 활성화되면서 명절 특유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다.

차례상 준비부터 설 선물세트까지 온라인 쇼핑 구매로 돌아서면서 전통시장은 물론, 할인점과 백화점도 예년에 비해 명절 특수를 누리긴 어려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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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설 연휴 전날인 2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1.23 hj030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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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5시면 문 닫아요"...영등포 시장 상인 '한숨'

설 명절 전날인 23일 오후 찾은 영등포시장은 설 명절 대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한산했다. 장바구니 가득 제수용품을 담은 이들을 찾기 어려웠고 일부 반찬가게와 정육점만 손님이 몰려있는 모습이다.

그마저도 제수용품을 구매하는 시민들은 대부분 50~60대 이상의 중장년층 주부가 대다수다. 10년째 영등포시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부 박모씨는 "제수용품 대부분을 시장에서 구매하지만 과일처럼 무거운 것들은 온라인으로 구매한다"며 "단골 고객이 아니면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손님들이 줄을 서있는 분식집을 찾았지만 장사가 잘되냐는 말에 반색하며 "저녁 장사도 워낙 안되다보니 요즘에는 저녁 5시면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고 답했다. 이어 "이제는 매출이 워낙 줄어서 싼 값에 판매할 수도 없다"고 푸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쪽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지하 푸드코트를 제외하고 여느 평일과 같은 모습이다.

여성 의류를 파는 김 모씨는 "작년보다 고객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 같다"면서 "내일부터 휴무에 들어가는데 암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샤인머스캣, 한우, 고가 와인 등 상품이 진열대에 나란히 자리잡은 고가 설 선물세트 판매 코너는 제법 사람이 몰렸다. 하지만 선뜻 구매에 나서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반면 바로옆 푸드코트는 식사를 하러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우 선물세트 판매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연휴 직전이라 정가보다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고 한 손님의 소매를 잡아 끌었지만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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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설 연휴 전날인 23일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정육 코너에만 고객이 몰려있는 모습. 2020.01.23 hj030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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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간소화·온라인 몰·HMR...설 명절 풍속도 변화

온라인 몰을 이용해 명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통시장을 비롯한 오프라인 채널에서 설 특수를 찾긴 어려웠다. 또 가정간편식을 활용해 차례상을 간소화하는 추세가 증가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직전 2주(1월 9일~22일) 간 농수축산 선물세트 판매율은 전년 동기보다 39.3% 증가했다. 특히 축산품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1.6%가 늘었고 과일, 채소, 양곡 등 농산물 매출도 39.3% 신장했다.

백화점과 할인점의 올해 설 선물세트 판매 신장률이 3~5%인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몰 이용 고객 증가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가정간편식(HMR)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이들이 늘어난 점도 명절 대목 판매에 영향을 준다.

G마켓에서 설 연휴 전(1월15일~21일) 판매된 동그랑땡·완자·전류는 지난해 설 직전(1월26일~2월1일) 보다 71% 늘었다. 떡갈비와 나물은 각각 55%, 3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옥션에서 판매된 동그랑땡·완자·전류와 떡갈비도 207%, 110%씩 늘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식료품, 외식 가격이 줄줄이 인상돼 체감 물가가 오른데다 소비심리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때문에 올해 설 대목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 204m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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