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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교과서 다시 쓴다… RNA 합성 재생단계 국내 학계서 최초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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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센트럴 도그마. 분자생물학의 기본 중 기본 용어다. 생명체의 유전정보가 들어잇는 DNA는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지만, RNA와 단백질은 반드시 저 ㄴ단계의 물질을 틀로 삼아 만들어진다는 게 센트럴 도그마의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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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자들이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썼다. 생명체가 유전정보(DNA)를 발현하는 과정에서 RNA를 합성하는 복합체를 재사용하는 과정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한국연구재단은 강창원 KAIST 생명과학과 명예교수와 홍성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DNA를 토대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 발현과정의 세부단계 하나를 새로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존에는 RNA가 완성되면 합성 복합체가 곧장 완전히 해체되었다가 다시 조립되는 것으로 추정해 왔다.

유전정보가 담긴 원본(DNA)으로부터 복사본(RNA)을 만드는 전사과정은‘개시-연장-종결’세 단계였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네 번째 단계, ‘재생’이 새로 추가됐다. 전사과정을 주도하는 RNA 중합효소의 역할이 알려진 지 60여 년 만에 RNA 합성이 끝나고 어떻게 다시 시작되는 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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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과정의 네 단계. 지금까지는 전사과정을 개시, 연장, 종결의 세 단계로 나누었으나, 이번 연구에서 종결 이후 4번째 단계가 발견되어 재생단계라고 명명되었다. 자료=강창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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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거푸집 역할을 하는 DNA로부터 RNA가 본떠진 이후에도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DNA상에서 이동하는 것을 알아냈다. 나아가 이렇게 잔류한 중합효소가 DNA상에서 자리를 옮겨 전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알아내고 ‘재개시’(再開始ㆍreinitiation)라고 이름지었다.

중합효소는 마치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DNA 위를 이동하면서 RNA를 합성하다가 완성된 RNA를 방출한다. 기존에는 RNA 방출과 동시에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져 나온 후 다시 전사 복합체가 만들어져 전사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대부분의 경우 중합효소가 DNA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은 채로 이동하다가 새로 전사과정을 시작하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우리 생명체가 복잡한 전사복합체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보다 경제성을 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한 유전자에서 전사를 연속해서 수행하거나 인접한 여러 유전자를 한꺼번에 전사할 때 매우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사반응은 모든 세포에서 일어나는 매우 기본적인 과정으로, 고등학교 생물학 교과서에서부터 나오는데 연구팀은 이번 발견으로 전사의 ‘재생’과 ‘재개시’단계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논문의 공동 교신저자를 맡은 강창원(69) KAIST 생명과학과 명예교수는 “이 연구를 8-9년 전에 시작해 3년 전 은퇴하기 전에 주요 결과를 이미 얻었지만 추가로 보강 실험을 수행하느라 발표가 늦어졌다”며 “분자생물학의 근간인 유전자발현의 기본적인 기작 하나를 규명하게 돼 크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서울대 강우영 연구원과 KAIST 하국선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 RNA

유전자로서 유전정보를 지닌 핵산인 DNA와 달리, RNA는 단백질 합성, 유전자 발현 조절 등 여러 생체반응과 기능에 직접 참여하는 기능성 핵산이다.

■ 전사(transcription)

유전자 발현의 첫 과정에서 DNA의 특정 구간에 맞추어 RNA가 합성되는데, DNA 유전정보를 RNA에 그대로 옮겨 적기 때문에 전사(轉寫)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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