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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여수와 섬 잇는 교량 5개 임시개통…“아들이 설에 저 다리 건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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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섬 연결 17㎞ 드라이브길

연휴 귀성객·주민 편의 위해

28일까지…2월 말 완전 개통

일부선 자연훼손·치안 우려

경향신문

설 연휴를 앞두고 임시개통되는 전남 여수와 고흥을 잇는 조화대교(앞쪽)와 둔병대교. 여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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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6시 어둠이 내려앉자 전남 여수의 해상대교인 둔병대교, 낭도대교, 적금대교 등 3개 다리에 일제히 불이 켜졌다. 오색 불빛과 섬들이 어우러져 ‘하굿둑’을 이루면서 인근 여자만은 거대한 호수처럼 보였다. 이들 다리와 함께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조화대교, 팔영대교도 모습을 드러냈다. 2011년 착공한 이들 5개 해상교량은 조발도, 낭도, 둔병도, 적금도 등 4개섬을 이어 길이 17㎞의 ‘드라이브길’ 하나를 만들어냈다.

이날 여수 화양면(육지)에서 조발도로 들어가는 조화대교는 다리 공사를 마치고 들머리 화단 단장이 한창이었다. 설날을 이틀 앞둔 이들 교량은 2월 말 완전 개통을 앞두고 설 연휴 귀성객과 지역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연휴 하루 전날인 23일 0시부터 연휴 다음날인 28일 자정까지 전 구간을 임시개통한다. 앞서 팔영대교는 2016년 12월 개통했다. 이에 따라 제한속도 시속 60㎞로 달리면 여수에서 고흥까지 순천을 경유하지 않고 승용차로 17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된다.

적금도 출신인 신모씨(61·여수시)는 “그동안 고향에 가려면 순천으로 올라간 뒤 보성, 고흥을 거치느라 90분가량 걸렸는데 이젠 30분이면 다다를 수 있게 됐다”면서 “다리로 어깨동무를 한 4개섬 풍경에 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섬 주민들도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낭도에서 만난 김경자씨(70)는 “전남도청에 근무하는 아들·며느리가 설날 하루 전 저 다리를 건너서 오기로 했다”면서 “아무 때나 병원, 미장원, 시장을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날 낭도를 방문한 김영록 전남지사가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에게 소감을 묻자 마을 최고령자 최재성씨(94)는 “더 오래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대답해 웃음바다가 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다리 개통으로 인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관광객들의 발길에 치안 문제, 자연 훼손, 쓰레기 투기 등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종모 조발도 이장(80)은 “섬 전체가 낚시터여서 70~80대 노인들이 평소에도 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가는 낚시꾼들과 자주 다투느라 지쳐 있다”면서 “몰려올 많은 인파를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다”며 ‘치안 대책’을 호소했다.

169가구에 253명이 사는 낭도 주민들은 자연 훼손을 가장 우려했다. 뒷산 등산로를 따라 크고 작은 적송과 동백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바닷가엔 공룡발자국 화석이 널려 있다.

유성균씨(63)는 “방문객들은 원시적인 풍광을 그대로 간직한 섬에 부담을 주는 행동을 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인수 둔병도 이장(73)은 “지역에 섬 드라이브길이라는 관광자원 하나가 생겼지만 쓰레기 투기, 야생화 몰래 캐가기 등으로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면서 “빨리 이런 고민을 풀어줄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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