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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인권위 “유치장 화장실, 가림막 미설치는 인격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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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수갑 사용 등도

사생활 비밀·자유 침해”

경찰 “예규 개정 논의 중”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서 유치장 내 화장실에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유치인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동형 가림막’ 설치 및 유치장 설계 규정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23일 인권위에 따르면 ㄱ씨는 지난해 7월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서 유치장 보호유치실에 입감됐다. ㄱ씨는 “입감되는 과정에서 수갑 2개가 한꺼번에 채워졌고, 입감된 보호유치실에는 화장실 차폐시설이 없어 화장실 이용 시 굴욕감을 느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보호유치실은 자살·자해·소란 행위를 하는 유치인들을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안전장치를 설치한 방을 말한다.

담당 경찰은 당시 ㄱ씨가 신체검사를 거부하고 소란과 난동을 피우는 등 자해 등의 우려가 있어 수갑을 이중으로 채웠다고 답했다. 화장실 가림막에 대해서도 자해와 난동 위험이 높은 이들을 감시하기 위한 조치라며 경찰청 예규를 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 예규 중 ‘유치장 설계 표준 규칙’ 제12조 7항을 보면 ‘보호유치실 내 변기 및 세면기는 안전을 위하여 바닥에 설치하고, 별도의 차폐막은 설치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유치장 내 개방 화장실에 대한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7년 대법원은 개방형 유치장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도록 강제한 행위는 인권침해라고 판결했다. 2011년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경동 시인 등은 경찰서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과 폐쇄회로(CC)TV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2013년 3월 국가를 상대로 1명당 50만원씩 총 225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국가가 개방형 화장실 사용을 강제한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 품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인격권 침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어긋나는 공권력 행사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정부가 송씨 등에게 각각 1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인권위는 유치장 보호유치실에 화장실 차폐시설 없이 CCTV가 설치돼 있는 것은 유치인 안정과 안전을 위한 감시를 넘어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경찰청장에게 보호유치실 화장실 차폐시설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수갑 사용 시 인격권이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이 사례를 일선 청과 경찰서에 전파하고 교육을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은 보호유치실에 안전한 형태의 ‘이동형 차폐막’을 비치해 화장실 이용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CCTV 화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차폐막으로 가려진 곳에서 자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인권위 권고가 나온 만큼 예규 개정 혹은 이동형 차폐막 설치 등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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