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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길어지는 ‘북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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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별관광 추진 1주일…북, 남북 문제 관련 ‘묵묵부답’

전문가 “김 위원장 관심 분야” “남측 비난 자제” 고민 관측



경향신문



정부가 미국과의 마찰도 불사할 각오로 북한 개별관광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연일 밝히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북한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 방침을 처음 공개한 지 1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개별관광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제안한 접경지역 협력,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대북 구상에 대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사진) 신년사를 대신한 전원회의 결정문에서도 남북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낸 김 위원장의 생일 축하 메시지와 관련, “주제넘게 끼어들지 말라”는 내용의 담화를 낸 것이 올해 북한의 유일한 대남 메시지다.

정부의 개별관광 등 대북 제안에 대해 북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관광사업은 김 위원장이 높은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고민해볼 만한 문제”라고 말했다. 남측 관광객의 개별관광이 전면 시행되면 북한에 불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광은 다른 분야의 남북 협력과 달리 북한이 국제 제재를 견뎌나가기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정부는 개별관광 외에 남북 철도연결사업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실제 착공에 들어가기 힘든 철도연결사업보다는 관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대북 제안과 개별관광 추진 방침이 공개된 이후 북한이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남측에 대한 비난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군부 출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외무상에 발탁되는 등의 변화도 있었기 때문에 대남 전략 전반에 걸쳐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정부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역제안을 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는 미국과 각을 세우더라도 남북 협력 사업을 독자적으로 밀고 나갈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 보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남측 일반시민의 개별관광을 전면 허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남측 관광객들이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북한 체제에서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남측의 제안에 호응하더라도 금강산이나 개성 같은 일부 지역과 시설에 대해서만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위원장도 지난해 10월 금강산관광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금강산관광처럼 제한된 장소 내에서 북한 주민과 접촉이 차단된 형태의 관광을 선호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든 북한이 정부의 제안에 호응을 하고 일단 사업이 시작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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