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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분수대] 한국 경제와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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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동현 산업1팀 차장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는 어디일까. 자동차 업계에선 농담처럼 ‘삼천리 자전거’라고 답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얘기이기도 하다.

삼천리 자전거의 모태는 1944년 설립된 경성정공이다. 이후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기아산업으로 사명을 바꿨다. 1952년부터 자전거를 자동차와 함께 생산하다가 1985년 삼천리자전거공업으로 분리했다. 기아차는 외환위기 이후 현대자동차에 인수됐다.

기아차 홈페이지에선 설립연도를 1944년으로 적고 있다. ‘기아’란 이름을 이어가겠단 의미다. 고(故) 김학철 전 기아산업 회장의 후손은 삼천리 자전거를 지금도 경영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1955년 고(故) 하동환 전 환원그룹 명예회장이 ‘하동환 제작소’란 이름으로 설립했다. 1960년대 한국 최초로 버스를 동남아에 수출했다.

‘무차입 경영’이 신조였던 하 전 명예회장은 1986년 쌍용그룹에 회사를 매각했다. 쌍용자동차로 이름이 바뀐 후에도 ‘코란도’ ‘무쏘’ ‘렉스턴’ ‘체어맨’ 등 당대의 명차를 내놨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으로, 대우그룹 해체 후엔 중국 상하이기차가 인수했고 지금은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최대주주다.

한국 대표 자동차 회사라고 하면 현대자동차를 떠올리지만 설립 연도는 1967년이다. ‘삼천리 자전거’와 쌍용차에 비하면 짧은 역사다. 한국GM의 전신인 제너럴모터스코리아(GMK)가 5년 뒤에 생겼고 가장 역사가 짧은 회사는 1995년 설립된 르노삼성자동차다.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전자·조선업 등과 함께 한국 대표 산업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연간 700만대 넘는 자동차를 생산해 글로벌 5위에 오를 정도로 외형이 성장했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연간 400만대 생산이 무너졌고, 외자(外資)계로 넘어간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GM은 생존을 걱정할 처지다.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외자계 완성차 3사의 위기는 외환위기 이후 현재진행형이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 생태계까지 더하면 어마어마한 고용을 창출한다. 세금을 부어서라도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과감한 산업 시프트가 필요하단 주장도 일리가 있다. 무엇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길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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