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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준기의 미국in]트럼프 탄핵심판에…美민주당 잠룡들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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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 경선후보 3人, 유세 못 나가고 탄핵심판 임해야

유명 지지자-소셜 미디어 활용 방침…"후보는 현장에 있어야"

바이든·부티지지 '반사 이익'…부동층에 "영향 미칠 것"

이데일리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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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가장 이득을 볼 것이다. 그건 명백하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상원의 탄핵심판이 본격화하면서 야당인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른바 ‘빅6’(민주당 7차 TV토론 참여 기준) 가운데 상원의원 3명은 꼼짝없이 탄핵심판의 배심원 역할에 집중해야 하는 반면, 나머지 3명은 별다른 방해 없이 선거운동에 매진할 수 있어서다.

미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2월3일)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국민경선·2월11일)를 코앞에 두고 트럼프 탄핵심판이 민주당 경선의 최대 복병으로 등장한 모양새다.

◇“탄핵심판 참여, 헌법 책무”라고는 했지만…“속은 탄다”

빅6 중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는 탄핵심판이 열리는 동안 일주일 가운데 6일은 상원 회의실에 머물러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유권자들과의 ‘접촉’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셈이다.

이들 모두 최근 TV토론 등을 통해 “상원의원으로서 탄핵심판에 임하는 건 헌법적 책무”라는 뜻을 표명했지만, 속은 바짝 탈 수밖에 없다. 빅6 중 나머지 3명인 바이든과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 기업가 출신의 톰 스테이어는 그 어떤 구속 없이 유세현장을 맘껏 누비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바이든은 지지율 1위의 유력 주자이고, 부티지지 역시 아이오와 코커스의 최대 복병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특히 전국 여론조사에선 4위권에 머물고 있는 부티지지는 유독 아이오와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는 아이오와주립대의 지난해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단독 1위를 차지했다.

상원의원 3인방으로선 탄핵정국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려는 당 지도부에도 불만이 생길법하다. 여당인 공화당은 어떻게든 이르면 이달 내에 탄핵 여부를 가를 표결을 실시하려고 하지만, 이에 민주당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등 추가 증인이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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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 기업가 출신의 톰 스테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왼쪽부터).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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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지지자·배우자 유세현장 전면 내세우기로…‘글쎄’

상원의원 3인방에게도 복안은 있다. 배우자나 유명인사급 지지자들을 유세현장의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소셜미디어(SNS)는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샌더스의 골수팬으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레전드 배우인 대니 드비토와 ‘어벤져스’ 시리즈의 헐크로 사랑받고 있는 마크 러팔로 등은 샌더스를 대신에 현장을 누빌 예정이다. 워런의 경우 남편인 하버드 로스쿨의 브루스 만 교수 등이 유세 준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찮다.

“대리인이나 미디어 등을 통해서는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기가) 어렵죠. 후보는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미 몬머스대 여론조사연구소장인 패트릭 머레이의 지적이다. 그는 미 인터넷매체 복스에 “워런과 같은 훌륭한 조직을 가진 후보들은 큰 타격 없이 이를 견뎌낼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확답하기 어렵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군소후보로 분류되는) 클로버샤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아이오와·뉴햄프셔 유권자 3분의 2 “아직 후보 결정 못 해”

반면, 바이든과 부티지지는 이들 상원의원 3인방이 ‘회의실’에 갇혀 있는 동안, 언제 어디서든 경제와 건강보험, 기후변화 등 유권자들의 관심이 큰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어필할 기회를 얻게 됐다. 무엇보다 첫 대결지역인 아이오와와 뉴캠프셔에 더 공을 들일 시간을 벌었다는 건 예상치 못한 ‘덤’ 이상이다. 톰 스테이어와 막대한 재력가로 잘 알려진 마이클 블룸버그도 이 틈을 타고 한 단계 도약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정적인 공화당 중진 존 코닌 상원의원조차 “그들(상원의원 3인방)의 부재로 가장 이득을 챙길 수 있는 후보가 바이든이라는 건 매우 분명하다”고 할 정도다.

지난해 9월(뉴햄프셔)·11월(아이오와)에 각각 실시된 몬머스대의 여론조사(오차범위는 ±4.6%포인트)를 보면, 두 주 유권자의 약 3분의 2는 아직 어느 후보를 민주당의 간판으로 지지할지 결정하지 못한, 이른바 ‘부동층’이다. 그만큼 자신의 세를 확장할 기회가 널려 있다는 의미다. 현장 유세, 즉 유권자와의 접촉이 승리를 담보하는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부동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건 그동안의 수많은 선거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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