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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샌더스 1위… 美민주 '버니빠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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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지지율로 24% 바이든 제쳐… 묻지마 지지세력, 험악한 여론전

"샌더스가 안되면 도시 불태우자" 트럼프 지지세력과 판박이 행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78·무소속) 상원의원에 대한 경계심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샌더스 열혈 지지층의 배타적이고 맹목적인 충성 행태 때문이다.

샌더스는 지난 22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27%의 지지율을 얻어, 24%인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을 제쳤다. 샌더스가 전국 단위 조사에서 1위에 오른 건 처음이다. 내달 가장 먼저 경선을 치르는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주 등에서도 샌더스가 상승세다.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은 아직 바이든이 1위지만, 바이든 지지층의 결집력이 약해 투표율로 이어지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러다 본선 경쟁력 약한 샌더스가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샌더스에 대한 민주당 내 저항이 꽤 크다. 최근 엘리자베스 워런(70) 상원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 같은 경쟁자들은 물론 힐러리 클린턴(72) 전 국무장관과 버락 오바마(58) 전 대통령 측이 잇따라 샌더스와 충돌하거나 우려를 나타냈다. 공통된 지적은 '샌더스 캠프와 지지자들이 샌더스를 전제군주처럼 받들면서 경쟁자들에게 과도한 인신공격을 퍼붓고 있다'는 것이다.

샌더스의 열혈 지지층은 일명 '버니 브로스(Bernie Bros·버니의 형제들)'로 불린다. 지난 2015년부터 언론들이 붙인 경멸적인 별명으로, '버니빠'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이들은 캠프 참모들과 선거운동원, 일반 지지자가 뒤섞여 험악하고 선동적인 온라인 여론전을 펼치는 게 특징이다. "닥치고 버니(Bernie-or-Bust)" "버니가 후보 안 되면 각자 사는 도시를 불태우자" 같은 슬로건이 난무한다.

미 스펙테이터는 "버니 브로스의 주축은 저학력·백인·남성으로, 엘리트·유색인종·여성에 대한 적개심으로 뭉쳐 있다"고 전했다. NBC는 "트럼프 지지층 '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군단'의 극좌 버전"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버니빠들은 도널드 트럼프(73) 대통령보다도 진보 진영 내 주자들에 대한 공격에 집중한다. 바이든 같은 중도 주자에겐 "부자와 중산층의 꼭두각시"란 낙인을 찍고, 유대인인 샌더스의 정책을 유색인종이 비판하면 "반유대주의자"라고 달려든다. 민주당 주자들은 버니빠의 보복이 두려워 TV 토론에서 샌더스를 굳이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여성 혐오도 심각하다. 최근 워런 의원이 "샌더스가 내게 '여자는 대통령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자, 버니빠들은 '#워런절대안돼' '#워런은뱀' 같은 해시태그를 퍼뜨리며 총공격에 나섰다.

샌더스 의원은 버니빠 문제가 지적되면 "그런 걸 들어보긴 했지만 난 상관없다"고 발을 뺀다. 그러나 진보 언론들도 결국 문제는 샌더스라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9일 사설에서 "샌더스는 자신만이 옳다며 타협하지 않는, 트럼프와 같은 분열적 인물"이라며 그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도 22일 "샌더스의 정책 이념부터 미국의 일부(부자)를 죄악시하고 분열을 선동하는 게 문제의 근원"이라며 "샌더스가 고상한 척하면서 뒤에선 비열한 대리전을 치르게 하고 있다"고 했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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