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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사먹는게 낫죠"…설날에 '전' 안부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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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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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반찬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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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결혼 4년차인 박모씨(34)는 얼마 전 설 음식을 예약 주문했다. 직접 장만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다. 박씨는 "명절마다 음식 준비하고 치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지난 추석부터 사먹기 시작했다"며 "요즘 명절음식 세트가 잘 나와서 예약 주문을 해뒀다"고 말했다.

설 전날이면 온 가족이 큰집에 모여 음식을 장만하는 풍경이 옅어지고 있다. 음식 장만으로 스트레스 받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직접 음식을 만들지 않고 기성품을 사서 품을 줄이는 추세다.

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성인남녀 3507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 스트레스 받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58.3%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이중 기혼 여성 10명 중 4명(42.2%)은 '제사 음식 준비 등이 힘들어서' 설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이에 인근 반찬가게에서 설에 먹을 음식을 사거나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출시한 설 상품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유모씨(30)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시고 난 뒤 친척들이 각자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며 "차례는 따로 안 지내고 집 근처 시장에서 전이나 잡채 등을 사 분위기만 낸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7)는 "꼬치전, 동태전, 동그랑땡 등 직접 만드는 비용보다 간단히 냉동식품을 사서 데워 먹는 게 더 저렴한 것 같다"며 "먹을 게 부족하던 예전과 달리 오히려 과하게 먹는 요즘엔 전통적인 설 음식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동육서, 홍동백서 등 복잡한 전통을 따르는 대신 먹고 싶은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기도 한다. 멜론, 청포도 등 차례상과 동떨어져 보이는 과일부터 애플파이, 마카롱 등 젊은 세대가 즐겨 먹는 음식까지 등장했다.

전통 예법에 따라 차례상을 채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형식보다 정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그 시기에 구할 수 있는 '시물'(時物)을 차례상에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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