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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도시' 투루판서 꽃핀 9∼13세기 불교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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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자 조성금 박사, 학술서 출간

연합뉴스

투루판 베제클리크 천불동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국 북서쪽 투루판은 돌궐어로 '풍요로운 곳'을 뜻한다. 지리적 요충지여서 유목민과 한족 모두 이곳을 장악하려고 시도했다.

투루판에는 소설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화염산이 있다. 한여름이 되면 낮 기온이 50도 안팎까지 오르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불의 도시'를 뜻하는 '화주'(火州)로 불렸다. 기후는 척박하지만, 예부터 불교미술이 발달해 4세기부터 석굴사원이 만들어졌다.

미술사학자 조성금 박사가 펴낸 신간 '실크로드의 대제국, 천산 위구르 왕국의 불교회화'는 우리에게 여전히 생소한 투루판 지역 9∼13세기 불교미술을 심도 있게 살펴본 학술서다. 그는 이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투루판에서 불교미술이 꽃피는 데는 지리가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통팔달한 지리적 조건을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가 교류했고, 여러 지역과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며 "투루판이 있는 서역(西域)은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동아시아에 전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설명한다.

투루판은 9세기 무렵 위구르 왕국이 들어서면서 주변 지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왕국은 몽골에 의해 13세기 중반 멸망했다.

위구르 왕국과 위구르인 종교, 위구르 불교미술 후원자를 설명한 저자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투루판 미술을 논한다.

그가 분석한 그림은 독일 베를린 아시안 아트 박물관에 있는 '불설예수시왕생칠경변상도', 위구르 불교사원에 남은 '미륵상생경변상도', 러시아 예르미타시 박물관이 소장한 '천수천안관세음보살도', 베제클리크 석굴에 있는 '비나야약사변상도'와 '소제재난경변상도', 투루판 자오허(交河) 고성에서 출토한 '귀자모도'(鬼子母圖)다.

불교미술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도판을 풍부하게 싣고, 대형 지도를 수록했다. 제국주의 세력이 추진한 실크로드 탐험 역사는 간략한 표로 만들었다.

저자는 위구르 왕국 시기 투루판 불교회화 특징에 대해 "둔황이나 중원과 다른 독자적 경변상도(經變象圖·경전을 표현한 그림)가 제작됐고, 다양한 도상을 수용한 뒤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신앙적 요구에 따라 변용하고 발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혹한과 혹서가 반복하는 사막에 거주한 투루판 사람들은 천재지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랐을 것"이라며 도서 발간을 계기로 동아시아 불교회화 원류라고도 할 수 있는 투루판 불교미술을 향한 관심이 커지길 희망했다.

진인진. 306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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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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