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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팩트체크]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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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검사장→대검 보고 수시… 보고 누락 어려워

검찰총장, 검찰사무 총괄… "崔 기소 절차 문제 안돼"

통상적으로 주요사건 총장 승인 후 결재는 차장검사가

법무부·대검 모두 검찰청법을 내세워… 감찰단계 쟁점

[이데일리 안대용 기자] 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을까.

최근 검찰 인사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던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현 정권 관련 수사를 담당하던 차장검사들이 모두 교체되면서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주요 수사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급기야 차장·부장(고검검사급) 및 평검사(일반검사) 인사 직전 전격적으로 이뤄진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두고 법무부가 ‘이성윤 패싱’을 거론하며 “적법절차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 내부 사건처리 문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일선 수사팀과 이성윤 중앙지검장,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보고·결재 라인의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현 정권의 총애를 받아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성윤 중앙지검장과 일선 수사팀 또는 윤 총장의 판단이 다를 때 이 지검장은 실제로 윤 총장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一家) 의혹 사건 등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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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중간간부 인사 발표가 있던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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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팀→검사장→대검 보고 수시로 이뤄져… “보고 누락 어렵다”

24일 복수의 전·현직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들에 따르면 검찰의 보고 체계는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부서에서 검사장을 거쳐 대검찰청으로 넘어간다. 검사장의 보고를 받은 후 수서 부서 부장이 대검 해당 과에 해당 내용을 보내는 방식이다. 최종 보고 대상은 물론 검찰총장이다.

특수부 차장검사 출신 A변호사는 “언론에 보도가 된다든지 하는 주요 사건들의 경우 수시로 일선 부서에서 검사장을 거쳐 대검에 보고가 이뤄진다”며 “현재까지 수사 진행 상황이 일지(日誌)식으로 보고가 되고, 앞으로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든지 하는 강제 수사 필요성을 비롯한 수사 계획을 보고한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이자 굵직한 사건이 몰리는 중앙지검의 경우 주요 사건의 수사 상황 및 계획 보고가 그때 그때 수시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과정에서 일선 수사팀이 중앙지검장에게 보고한 내용이 대검에는 보고되지 않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A변호사는 “검찰총장이 직접 챙기는 주요 사건들의 경우 총장 본인이 보고 누락이나 부족한 부분을 더 잘 알 수밖에 없다”며 “중앙지검장으로부터 정례 대면보고도 받는데 이 자리에서 총장이 직접 꼬치꼬치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팀의 보고 내용 자체가 누락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검찰총장은 일주일에 한 번 중앙지검장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는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가장 최근 대면 업무보고는 지난 22일 이뤄졌다.

나아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검찰총장은 필요한 경우 검사장 대면보고와 별개로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를 불러 수사팀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한다고 한다. 특정한 보고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고 누락 등으로 검찰총장의 눈과 귀가 가려지긴 어려운 셈이다.

◇검찰사무 총괄하는 검찰총장… “기소 절차 문제 삼을 수 없다”

검찰 인사 이후 실제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전날 최 비서관 기소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것처럼 이 지검장이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다. 최 비서관 사건의 경우 이 지검장이 결론을 내지 않는 사이 윤 총장의 승인으로 기소가 이뤄졌다.

이를 두고 법무부는 전날 오후 7시께 ‘적법절차를 위반한 업무방해 사건 날치기 기소에 대한 법무부 입장’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적법절차의 위반 소지가 있다”며 “기소 경위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확인했고,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즉각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전체 검찰공무원을 지휘, 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근거한 적법한 기소”라고 맞받았다. 대검이 언급한 검찰청법은 제12조 2항으로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장 출신 B변호사는 “최 비서관에 대한 기소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검찰의 기소 절차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변호사는 “검찰청법에 따라 총장이 총 지휘권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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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사건 총장 승인 후 결재는 차장검사… 통상 사건처리 방식

통상적인 경우 주요 사건들은 일선 수사팀에서 검사장을 거쳐 총장에게 보고 되고, 총장의 기소 승인 지시에 따라 처리가 된다고 한다. 다만 이 때도 총장의 승인을 받은 후 기소하는 절차의 최종결재자는 차장이라고 한다.

현직인 C차장검사는 “총장이 최종 결정을 하면 법원에 공소장을 접수할 텐데 그렇게 하려면 기록이 넘어가야 하고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 시스템에 전자결재가 가야 공소제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C차장검사는 “기록에 도장을 찍는 것도 있고, 킥스에 전자결재를 하는 것도 있는데 최종결재자는 차장검사여서 차장까지만 도장을 찍고 전자결재를 하게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담당하는 사건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불구속 사건이면 해당 부장의 전결, 구속 사건이면 차장의 전결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중요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주요 사건의 경우 검사장과 총장 보고를 모두 거치고서 차장이 서류상 최종 결재권자로 결재하면 기소가 된다는 게 검찰의 사건처리 프로세스라는 뜻이다.

◇법무부와 대검 모두 검찰청법을 근거로… 감찰단계 쟁점될 듯

최 비서관 기소 사안의 경우, 윤 총장까지 보고는 이뤄졌으나 이 지검장이 기소 여부 판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윤 총장의 승인으로 송경호 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결재를 해 기소가 이뤄졌다. 이를 두고 대검은 검찰청법상 윤 총장의 권한을 강조한 것이다.

최 비서관 기소 경위를 감찰하겠다는 법무부 역시 검찰청법을 근거로 들고 있다. 법무부가 내세운 규정은 제21조 2항의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그 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조항이다.

결국 법무부가 공언한 향후 감찰에서도 검찰청법상 총장과 지검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아울러 법무부의 전날 발표는 그동안 총장의 결단으로 주요 사건 기소가 이뤄져 왔던 업무처리 프로세스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해서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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