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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송승현의 전자사전]삼성, `반도체 쇼크`에도 생산 멈추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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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D램 4분의 1 수준 급락…SK하이닉스 감산 발표

반도체 공장, 고정비용 높고 기술력 높을 수록 원가 절감

공장 재가동 하면 두 달 간 제품 생산 못 해…리스크 커

이데일리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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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지난해 잠정실적 중 영업이익이 20조원대로 떨어졌습니다. 2015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입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실적 저조는 이른바 ‘반도체 쇼크’에 따른 수익성 악화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력 메모리 반도체인 ‘D램(Dynamic Ram)’ 가격은 2018년과 비교해 4분의 1수준으로 급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해 7월 D램 메모리 감산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앞서 메모리 반도체 세계 3위 미국 마이크론 역시 D램 가격 급락에 반도체 감산을 발표했었죠.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쇼크’에도 불구하고 감산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수익성 악화에도 왜 감산을 택하지 않았을까요. ‘송승현의 전자사전’ 세 번째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특징과 삼성전자가 감산을 발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고정비용 높은 반도체…기술력이 승부 좌우해

메모리 반도체의 가장 큰 특징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스스로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단지 데이터를 많이 저장만 할 수 있으면 되죠. 스스로 연산과 제어를 해야 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달리 복잡한 로직(Logic·구조)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그중에서도 D램은 설계 단계에서 난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누구나 시장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가 첨단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상용화하던 시절 우후죽순으로 회사가 설립된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세 군데 외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 이유는 같은 제조업이라도 반도체라는 상품만이 갖는 특성 때문입니다. 모든 제조업은 기술력이 향상될수록 원가가 절감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는 여타 제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정비가 높습니다.

신발을 예로 들어 보죠. 국내 인건비와 재료비가 커졌다면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방식으로 이를 피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반도체는 불가능합니다. 설계를 바꾸는 비용, 게다가 그 설계대로 마스크에 빛을 통과시켜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노광장비의 값, 먼지 하나 없는 클린룸 조성에 이르기까지 고정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제조 여건이 안 좋아졌다고 쉽사리 원가 절감을 목적으로 공장을 옮기거나 하는 등의 여지가 없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다른 회사들에 비해 기술력에서 한 발 앞서 나가기 시작하면 기술 격차가 상당해진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1980년 1MB 메모리 가격은 무려 6480달러(약 756만원)에 달했지만, 2015년 0.00429달러(약 4원)로 100만배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그만큼 기술력 고도화에 따른 원가 절감이 더 커지고, 미세공정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회사 간 기술력 차이가 부르는 반도체 생산량은 기하급수로 벌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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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뛰어난 기술력, 높은 고정비용…감산 결정 못한 이유

삼성전자는 자타공인 메모리 반도체 전 세계 1위 기업입니다. 갖고 있는 기술력은 어마어마하죠. 더 나아가 그 기술력은 지속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쇼크에도 불구하고 감산을 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생산에 있어서 ‘데너드 스케일링 법칙’을 이해하면 더욱 와닿을 겁니다. 데너드 스케일링이란 동일한 면적에 직접된 트랜지스터는 전력 소모량이 같다는 법칙입니다. 쉽게 말해서 같은 면적이라면 트랜지스터 1000개이건 100만개 이건 전력 소모가 같다는 말입니다. 삼성전자가 기술력이 다른 기업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를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같은 원가라도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재가동할 경우 제품 생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로 보입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공장을 재가동하고 첫 제품을 얻기까지 무려 두 달 이상이 걸린다고 합니다. 반면 반도체를 생산했을 때 드는 비용은 기껏해야 인건비와 웨이퍼 정도일 겁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미 공장을 지을 때 들어간 고정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죠.

즉 D램 가격이 내려갔다고 해서 공장을 중단하는 것보다 차라리 생산하는 게 낫습니다. 생산을 중단하는 경우는 매출(반도체 생산을 포기해서 입는 손실)보다 변동비율(인건비와 웨이퍼 비용)이 낮을 때지만, 반도체 공장의 변동비율은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로서도 D램 가격의 급락은 너무 뼈 아프지만, 그런데도 생산을 이어나가며 기술 발전에 투자하는 게 유리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D램과 낸드 플래시(128Gb 16Gx8 MLC) 가격이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가운데 눈치 빠르신 분들은 다른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게서 탈환하는 일은 어렵겠다고 짐작하셨을 겁니다. 그만큼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강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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