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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샅찢남 #다비드 6인 6색 씨름 아이돌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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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량급 씨름의 인기로 스타 탄생

아이돌 인기 뺨치는 씨름 스타 6인방

황찬섭·박정우·허선행·임태혁·윤필재·이승호 등

자신만의 필살기로 팬들 빨아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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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급(몸무게 90㎏ 이하) 씨름의 최정예 선수 16인이 <한국방송>(KBS)의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에서 ‘태극장사’에 도전한다. 태극장사는 중량급(90㎏ 이상) 위주의 ‘천하장사 씨름대회’ 대신 <한국방송>과 대한씨름협회가 만든 씨름대회다. 이들은 홀로 빛나는 별이 아니다. 어깨를 맞대고 샅바를 당겨온 동료, 그리고 맞수와 함께 반짝인다. 16인 선수 중 여섯 선수를 소개한다. 어떤 선수를 골라도 좋다. 한 사람을 마음에 담아 관심을 가지게 되면, 곧 가슴을 뛰게 하는 또 다른 선수가 눈에 들어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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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급(80㎏ 이하) 황찬섭(단풍미인씨름단) 178㎝ 24살 /주특기 들배지기

#‘샅찢남’(샅바 찢은 남자) #유튜브 240만뷰의 사나이 #씨름계 여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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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기운을 쓰고 숨을 고르는 젊은 선수의 뺨이 열기로 달아올랐다. 이것이 바로 ‘홍안의 소년 장사’인가! ‘2018년 학산배 전국장사씨름대회’에서 대학 단체전 결승에 출전한 황찬섭 선수의 경기 영상이 지난해 9월부터 뒤늦게 화제가 되어 씨름의 인기에 불을 댕겼다. 씨름 열풍을 한 줄로 요약한 댓글 ‘이 좋은걸 할배들만 보고 있었네’의 출처도 여기다. <씨름의 희열> 첫 방송에서 붙은 별명 ‘200만 뷰의 사나이’는 이젠 ‘240만 뷰의 사나이’로 고쳐 불러야 한다.

씨름계 아이돌로 꼽히는 고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악력. 황찬섭은 같은 태백급 선수와의 첫 경기에서 상대 손희찬 선수의 샅바를 찢는 괴력을 보여줬다. 2라운드 체급 대항전에서 금강급 강자 이승호 선수를 지목한 경기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모래판과 엉덩이의 간격이 고작 10㎝ 남짓 되는 상황에서 황찬섭이 몸을 틀어 이승호를 눕혀버리자 태백급 선수들과 중계진의 환호성이 터졌다. 이만기 해설위원이 1983년 제1회 천하장사로 등극하던 경기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태백급 박정우(의성군청 마늘씨름단) 180㎝ 28살 /주특기 들배지기, 들어 뒤집기, 안다리

#모래판의 다비드 #성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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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씨름협회가 2017년께 제작한 기술 씨름 홍보 영상은 조각처럼 잘 다듬어진 몸의 박정우와 허선행 선수를 내세워 대중의 관심을 씨름판으로 돌리는 데 물꼬를 텄다. 이들은 태백급 황찬섭과 노범수처럼 수려한 외모의 선수들까지도 입을 모아 칭찬하는 단아한 외모다. 박정우 선수에겐 늘 ‘비주얼 센터’나 ‘모래판의 다비드’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이유다. 27살에 첫 태백장사를 거머쥔 대기만성형 선수 박정우는 매일 씨름 일지를 적는 성실한 노력파다. 강자와의 대결을 통해 성장한 그는 과거 자신의 평가를 뒤집는다.

들배지기가 수준급인 그는 공격형 씨름에서 다양한 연결기술을 구사해 흥미진진한 경기 연출을 했다. 모든 경기는 보는 재미가 있다. 진다 해도 호락호락하게 쉽게 지지 않는다. 2라운드 체급 대항전에서 금강급 씨름 황제 임태혁을 지목한 그는 서로 기술을 걸고 버티는 치열한 공방 끝에 지면에 머리카락이 먼저 닿아 아쉽게 패했다. 졌는데도 다음에 분명 크게 해낼 거라는 확신을 주는 선수다. 최강 임태혁도 말한다. “역시 잘해. 정우 잘하는 아이야.”

태백급 허선행 (양평군청) 180㎝ 22살/주특기 밭다리

#승부욕의 화신 #슈퍼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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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이 <씨름의 희열>을 시작할 때 허선행 선수는 ‘떠오르는 슈퍼 루키’였다. 출전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 21살에 실업팀에 입단한 허 선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2019 천하장사 씨름 대축제’에 출전해 첫 태백장사에 올랐다. 방영 중에 장사 타이틀을 얻었으니, 선수 소개 프로필을 갈아치우게 생겼다. 상큼하게 웃는 씨름판 아이돌이지만, 진 경기를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뚱한 표정을 해 ‘역시 허선행’이란 평을 듣는다. 그에겐 늘 ‘승부욕의 화신’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닌다. 모든 기술이 능숙한 대학부 태백급 최강 노범수와 찰떡처럼 붙어 다니다가도 라이벌전에서 패하자 녹화장을 빠져나가 분을 삭이고 돌아오기도 했다.

승리에만 매달리다가 뜻밖에 찾아온 좌절의 벽에 부딪혔던 어린 선수가 자신에게 진짜 확신을 갖게 되는 순간을 지켜보는 감격을 그는 선사한다. 허선행은 187㎝의 최장신 금강급 ‘터미네이터’ 황재원 선수를 만나 무너질 때까지 도전의 벽을 두드렸다. 안다리 공격이 오는 족족 풀어버리는 상대에게 될 때까지 안다리를 걸어버리는 패기. 허선행은 말한다. “그래도 난 안다리를 걸 거야.” 씨름 만화 주인공이 뱉는 대사 같은 말이다.

금강급(90㎏ 이하) 임태혁(수원시청) 183㎝ 32살/주특기 밭다리, 들배지기, 등샅바 밭다리

#금강 최강자 #씨름 천재 #헐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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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하게 쥔 주먹에 입바람을 훅 불어넣는 행동은 모래판에 서기 전의 의식일까? 습관일까? 씨름 천재의 사소한 동작까지 궁금해진다. 장사 타이틀 통산 14회. 선수와 감독, 해설자들이 입을 모아 금강급 최강자로 지목하는 이가 임태혁이다. 많은 유소년 선수들이 그를 동경하며 씨름 선수의 꿈을 키웠다. 최강의 히어로답게 임태혁만이 자유롭게 구사하는 기술도 있다. 밭다리걸기를 걸어놓고 팔을 넘겨서 상대 등 쪽으로 샅바를 잡은 후 엎어치기로 넘겨버리는 ‘등샅바 밭다리’. 이 기술은 밭다리와 등채기 두 가지가 결합한 변칙기술이다. 씨름 만화 작가라면, 이를 ‘필살기’라 부를 것이다.

한편 씨름 천재의 평소 모습은 어딘지 나사가 풀린 듯한 헐거운 모양새다. 한복을 입는 프로필 촬영 때 포즈를 취하라니까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리질 않나, 싱거운 농담을 하고 “어허허” 웃다가 부끄러워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한다. 매력이 터진다. 후배들이 잘 먹으면 좋아하고, 그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타입이다. 임태혁은 경쟁 선수들에게 떨어지지 말고 올라오라고 다독인다. “내가 이길 거니까.”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진짜 강자의 풍모다.

태백급 윤필재(의성군청 마늘씨름단) 168㎝ 27살 /주특기 들배지기

#헤라클레스 #바나나 요정 #송편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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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의 정상에는 윤필재 선수가 있다. 현역 실업 선수 중 최단신이라는 핸디캡을 근력 훈련으로 극복했다. 장신 선수들에게 유리한 들배지기를 주특기로 삼은 이 남자는 별명이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다. 윤필재는 근육도 부자, 별명도 부자다. 경기 막간에 에너지를 보충한다면서 바나나를 먹는데, 그 모습 때문에 ‘바나나 장사’라는 별명이 생겼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추석 씨름대회 장사 타이틀을 차지해 ‘송편 장사’로도 불린다.

힘이 월등히 세니까 지능적인 수 싸움에는 약할까 싶은데, 조별 리그 A조 1위 결정전에서 앞무릎치기에 이어 차돌리기 연속기로 임태혁을 눕혔다. 윤필재의 힘과 임태혁의 센스가 대결하리라고 점쳤던 중계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술을 꺼낸 윤필재의 센스에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랐다. 반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추석 장사 대회에서 윤 선수 입장 곡으로 애니메이션 ‘요괴 메카들’ 주제곡이 나와서 다들 깜짝 놀랐다. 지난 11일 <씨름의 희열> 직관(직접 관람) 이벤트 때 윤필재 선수를 만나 연유를 물었다. “우리 애들(자녀)이 좋아하는 노래라서 골랐어요.” 그 전해에는 ‘파워레인저’ 주제곡이 나왔다고 한다.

금강급 이승호(수원시청) 185㎝ 35살 /주특기 잡채기, 밭다리

#10초 승부사 #모래판의 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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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눈썹과 커다란 눈, 윗니와 아랫니 모두를 드러내고 시원하게 웃는 이승호 선수는 표정 부자다. <씨름의 희열> 출연 선수 중 리액션이 가장 풍부하다. 승부가 애매한 상황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메라를 향해 의문을 표하고, 태백급 선수와 맞붙어 이긴 시합에서는 일부러 ‘경박한(?) 세리머니’를 보여주며 모래판의 흥을 돋운다. 그는 누구보다 씨름의 인기와 흥행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으면 ‘왜 할까, 인기 없는 스포츠인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장사 타이틀을 8회나 거머쥐고 후배 임태혁과 함께 정상을 지켜온 이승호는 장사 타이틀 10회의 최정만 선수가 가세한 ‘금강 트로이카’의 맏형이자, 실업 12년 차 중견 선수다. ‘10초 승부사’로 호쾌한 경기를 보여주는 이승호가 모래판에 설 때마다 큰 키와 길고 곧은 종아리에 시선을 빼앗기고, 이긴 경기마다 상대 선수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 긴 팔에 마음도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모래판의 젠틀맨’이다. 이승호 선수의 화려한 표정과 견줘 살피면 좋은 선수가 있다. 시합 직전에 투지를 불태우며 포효하는 태백급 손희찬 선수다. 그는 관전 중에는 어떤 이변이 일어나도 ‘티베트모래여우’처럼 초연한 표정이다. 그의 광대가 몇 밀리미터 올라가는지에 따라 그의 희로애락을 읽는 재미도 있으니 꼭 비교해 보시기를.

유선주 객원기자oozwish@gmail.com,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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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모래판의 여자들 시동 걸다

지난해 설날인 5일 전북 정읍시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2019 설날 장사 씨름대회’에서 전년도 우승자인 국화급(70㎏ 이하) 임수정(오른쪽)이 상대를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씨름이 궤도에 오른 지 12년 차다. 충남 홍성군에서 열리는 ‘2020 홍성 설날 장사 씨름대회’는 대회 마지막 날인 27일 여자부 체급별 결정전 및 단체전을 치른다. <케이비에스엔(KBSN) 스포츠> 신경수 해설위원은 여자 천하장사를 노리는 무궁화급(80㎏ 이하)의 경쟁을 주목한다. 국화급(70㎏ 이하) 절대강자였던 임수정(콜핑) 선수가 무궁화급으로 체급을 올려 기존 최희화(안산시청), 조현주(구례군청), 정지원(콜핑), 이다현(거제시청) 선수 4강 체제를 뒤흔든다.

장기전과 임기응변에 강한 임수정 선수는 손기술, 다리기술, 허리기술에 모두 능해 ‘여자 이만기’로 불린다. 최희화 선수는 공격적인 스타일에 다리기술과 묵직한 배지기로 ‘여자 이준희’, 이다현 선수는 씨름 스타일과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세리모니로 ‘여자 강호동’이란 별칭이 있다. 밀어치기가 장기인 정지원 선수는 이봉걸 선수, 힘을 위주로 하는 조현주 선수는 최홍만 스타일이라는 게 신 해설위원의 설명이다.

한편, 여자 선수의 별칭으로 1980년대 씨름 레전드 선수들의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신 해설위원은 “씨름이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하지만 이제까지 ‘남’과 ‘노’에 집중되어 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해설자로서 최근 늘어난 젊은 씨름 팬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여자 씨름 선수 각자에게 딱 맞는 새로운 별칭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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