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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장성택 처형 뒤 6년 만에 등장한 ‘백두혈통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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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김정은과 나란히 공연 관람

남편과 달리 김정은 후견인역 충실

“패륜아는 김정은 아닌 장성택 부각”

태영호 “장성택 숙청 김경희 앞장”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날인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이설주 여사와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빨간 원안)가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김정은, 이설주, 김경희,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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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북한 주석의 장녀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모. 약 6년 반 만에 공개 석상에 나타난 김경희(74) 노동당 전 비서는 혈통 외에 다른 수식어는 필요 없는 인물이다. 남편인 장성택 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처형(2013년 12월) 뒤 독살설, 자살설 등이 나왔으나 26일 김정은과 나란히 앉은 모습이 공개되며 ‘장성택의 부인’이 아닌 ‘백두혈통 김경희’로서 존재감이 유효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 위원장이 전날 삼지연 극장에서 설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하면서 수행한 간부로 김경희를 호명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경희는 남색 저고리에 검은 치마의 한복 차림이었다. 김정은·이설주 부부와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사이에 앉아 그 역시 권력 핵심의 일원임이 확인됐다. 다만 등을 편히 기대고 앉은 김정은 부부와 달리 김경희는 의자에서 등을 뗀 채 앉아 있었고,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김경희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3년 9월 9일 정권 수립 65주년 기념 노농적위군 열병식 이후 처음이다. 그해 12월 장성택이 처형됐다. 김경희는 2014년 한때 일부 기록영화에서 삭제돼 장성택 처형 여파로 그 역시 숙청됐다는 설이 힘을 얻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기록영화들에 다시 등장했다. 건강 문제가 있을 뿐 사실은 김경희가 건재하며, 남편의 처형도 그가 묵인했다는 추측은 그래서 나왔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는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김경희의 등장으로 장성택 일당의 숙청은 김경희가 발기하고 주도는 김정은이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해석했다. 최용해, 박봉주(국무위 부위원장), 김형준(당 국제사업담당 부위원장) 등 장성택 숙청 이후 당 지도부로 승진한 이들이 모두 김경희 라인이라면서다.

김경희는 실제 김정은 체제의 권력 기반을 다지는 데 있어 강력한 후견인이었다. 이인자 지위를 이용해 이권을 챙기려 한 남편과 달리 그는 오빠가 맡긴 후견인 역할에 충실했다. 김정일은 군 복무 경험이 없는 김경희에 대장 계급장을 달아줄 정도로(2010년 9월 노동자 대표자회) 여동생을 신뢰했고, 조카들은 그를 ‘경희 고모’로 부르며 따랐다고 한다.

1946년 동갑내기인 김경희와 장성택은 60년대 말 모스크바 유학생활을 함께하며 알게 됐고, 김경희가 장성택에게 푹 빠져 아버지 김일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하지만 주색잡기에 능한 장성택으로 인해 부부간 불화가 잦았다. 김경희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을 겪었고, 2006년 딸 금송이 프랑스 유학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로는 우울증도 심해졌다. 태영호 전 공사는 “장성택 처형 뒤 그의 혼외 자식이 한 버스를 넘는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번에 김경희가 나서 패륜아는 김정은이 아니라 장성택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조카에게는 좋은 이미지만 남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백두혈통의 상징성도 주목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재 장기화로 경제적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주민에게 김일성 향수를 일으키고 김씨 일가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그렇다고 김경희에게 오빠 시대 때처럼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김경희의 ‘깜짝 등판’이 김정은이 바라는 내부 결속 효과로 이어질지도 아직은 두고볼 일이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백민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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