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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인터뷰] 하정우 대표 “좁은 공간 안전한 자율주행 로봇, 페니가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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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로보틱스 창업… 식당 서빙 ‘페니' 구독형식으로 공급
美 외식 박람회 통해 소프트뱅크와 인연 투자유치 성사

"좁은 공간에서도 안전한 로봇 자율주행을 구현한 업체는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데모(시연)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 100% 자율주행 서비스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정우(43·사진)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28일 "베어로보틱스와 다른 로봇 업체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술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자율주행 서빙 로봇 ‘페니(Penny)’의 기술력이 동종 로봇 업체들보다 앞선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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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는 레이저를 이용하는 센서 ‘라이다(LiDar)’와 3D 카메라를 이용해 좁은 공간에서도 스스로 장애물을 피하고 안정적으로 고객의 식탁까지 음식을 운반한다. 한 번에 22㎏까지 나를 수 있으며 1회 충전으로 200회 이상 서빙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선 실제 주행 데이터를 많이 수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미 상용화가 진행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현재 페니가 달린 거리 총합은 1000마일(약 1609㎞) 이상, 납품 물량은 100대, 선주문량은 1만여 대에 달한다.

기술력을 앞세워 지난 23일엔 소프트뱅크, 롯데액셀러레이터, 스마일게이트,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총 3200만달러(약 373억원)를 유치하기도 했다. 퓨처플레이, 네이버 라인, 우아한형제들의 투자금을 포함한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약 422억원. 2017년 5월 실리콘밸리에 설립돼 빠르게 성장 중인 베어로보틱스의 하 대표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시장이 원하는 로봇 ‘페니'… "사각지대 없고 지갑처럼 작은 물체도 탐지"

하 대표는 기술력과 더불어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Market Fit)’을 달성했다는 점이 베어로보틱스의 또 다른 강점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로봇을 개발하는 업체는 많지만, 공장 자동화 등에 이용되는 일부 산업용 로봇을 제외하면 일정 수준의 상용화를 이룬 사례가 드물다.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 로봇 ‘페퍼(Pepper)’, 소니가 개발한 반려로봇 ‘아이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직까진 가격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져 널리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

하 대표는 "많은 로봇 회사들이 콘셉트(개념) 차원의 로봇을 선보였지만, 시장성을 찾지 못했다"며 "베어로보틱스는 음식 서빙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베어로보틱스는 인건비의 절반 정도를 받고 식당에 페니를 빌려주고 있다. 페니를 이용하길 원하는 식당도 계속 늘고 있어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양산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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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서빙 로봇 ‘페니'. /베어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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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대표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설계할 수 있었다.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시작한 식당이 갑자기 잘 되면서 전쟁터 같은 식당 운영의 현실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식당 일이 힘들다며 그만두는 직원들을 보며 그는 음료 리필, 식기 주방 반납 등 비핵심적인 업무를 대신해줄 로봇을 떠올렸다.

하 대표는 "비슷한 자율주행 로봇들은 대부분 사각지대가 있는데, 페니는 없다"며 "식당 실내는 혼잡하기 때문에 안전을 생각해 팔이 없는 구조로 로봇을 설계했고, 아기 손, 지갑처럼 작은 사물도 감지해 부딪히지 않고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베어로보틱스에 따르면 페니를 사용했을 때 식당 직원이 고객과 보내는 시간은 40%, 고객 만족도는 95% 증가했다.

美 외식 박람회에 소개되며 소프트뱅크와 인연... 구독 형식으로 로봇 공급

베어로보틱스와 소프트뱅크의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를 창업한 지 1년 만에 미국 외식업계에서 주목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2018년 5월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최대 호텔, 레스토랑 박람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Show) ‘식당의 미래' 세션에 베어로보틱스가 참가한 직후 소프트뱅크 미국 지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다.

하 대표는 "당시 미국 요식업계에서 로봇 도입이 화두로 떠올랐고, 소프트뱅크 미국 지사를 거쳐 소프트뱅크 본사와 연결이 되면서 최근의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며 "미국에서는 컴패스(Compass) 같은 대형 외식업체가 페니 도입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고, 한국에선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레스토랑(TGI 프라이데이스, 빌라드샬롯) 등에 페니가 도입됐다"고 했다.

베어로보틱스 앞에 놓인 과제는 양산이다. 로봇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고 크기도 커 양산이 쉽지 않다. 하 대표는 "아시아에서 생산을 준비할 것 같다. 한국을 1순위로 검토하고 있다"며 "적절한 시설과 경험이 있는 양산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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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 로봇 ‘페니' 실제 활용 영상. /베어로보틱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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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는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월 사용료를 받고 대여하는 형태로 식당에 공급된다. 빌려 쓰는 개념이기 때문에 고객은 유지 보수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하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식당뿐 아니라 요양원 등에서도 페니를 활용할 수 있다. 대량 생산을 통해 전 세계에 페니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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