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정부, 중앙정부 거부에도 독립 주민투표 추진 강행
북아일랜드 분리주의 폭력 증가…"경제적 여파 체감되면 불안 더 심화"
작년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린 집회에서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수반의 연설을 듣 스코틀랜드 독립 지지자들 |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발효를 앞두고 스코틀랜드 정치권이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제2 독립 주민투표를 밀어붙일 태세다.
북(北)아일랜드에서는 브렉시트를 계기로 1990년대까지 유혈사태를 일으킨 무장조직이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29일(런던 현지시간) 주민투표 부의권을 스코틀랜드 의회에 위임해달라고 영국 의회에 촉구하는 내용의 의안을 다시 채택할 예정이라고 일간 더타임스 등 영국 매체가 28일 전했다.
앞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주민투표 부의권을 스코틀랜드 의회에 위임해 달라고 영국 의회에 공식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추가적인 분리독립 주민투표로 이어질 수 있는 권한 위임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스터전 수반은 영국 중앙정부의 거부에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작년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는 스터전 스코틀랜드자치정부수반 |
스터전 수반은 앞서 예고한 대로 제2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현하기 위한 '향후 대책'을 브렉시트 발효일인 31일 공개하겠다고 27일 예고했다.
스터전 수반은 "기업과 주민에 미칠 영향이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1월 31일 금요일 밤 11시부터 스코틀랜드인 대다수의 바람과 달리 스코틀랜드의 상황에 물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제2 분리독립 주민투표 필요성을 역설했다.
2014년 치러진 분리독립 주민투표는 찬성이 45%에 그쳐 부결됐다.
2년 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주민은 62%가 EU 잔류에 표를 던졌지만 영국 전체적으로 EU 탈퇴 진영이 승리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스코틀랜드에서는 분리독립 추진안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특히 지난달 조기총선에서 제2 분리독립 주민투표 시행 공약을 내건 SNP가 스코틀랜드 59개 지역구에서 무려 48석을 차지함에 따라 제2 주민투표 추진에 한층 힘이 실렸다.
스터전 수반은 연내에 제2 주민투표 시행을 목표로 제시했다.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의 한 벽에 쓰인 'IRA는 여기 남아 있다!' 글귀 |
도버해협 건너 북아일랜드 지역에서는 분리주의 무장조직과 반대 세력 사이 충돌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아일랜드 통합을 추구하는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과 그에 맞서는 친(親)영국 조직 '얼스터방위연합(UDA)', '얼스터의용군(UVF)' 같은 무장조직이 브렉시트를 부활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시각을 소개했다.
IRA는 1998년 벨파스트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으로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공식적으로 포기했지만, 강경 분파는 그 후로도 이따금 소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강경 분파는 여전히 공격에 동원할 인력과 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는 브렉시트를 앞두고 이미 분리주의 폭력이 증가하는 징후가 감지됐다.
북아일랜드 무장활동 집계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10월∼2010년 9월 이래 무장조직의 소행으로 보이는 총격과 폭탄 공격은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8년 10월∼작년 9월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아일랜드 경찰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무장조직의 폭력 피해자는 2018년 51명에서 2019년 67명으로 늘었다.
작년 1월에는 군소 분파 조직을 규합한 신IRA 조직이 출범했으며, 석 달 후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언론인 리라 매키를 살해했다.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 세워진 "아일랜드에 국경 시설 설치 반대" 입간판 |
FP는 만약 브렉시트와 그에 따른 무역협상의 결과로 아일랜드에 통관이나 검역 인프라 등 물리적 국경과 유사한 성격의 시설이 생긴다면 분리주의 무장조직이 세력을 크게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아일랜드 민족주의가 자극돼 '통일' 주민투표 움직임이 싹틀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제이슨 블레이저키스 교수와 랜드연구소의 콜린 P 클라크 연구원은 FP 기고문에서 "북아일랜드가 브렉시트의 경제적 여파를 경험하기도 전에 이러한 가능성이 부상한 것"이라며 "만약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심해진다면 정치적 불안정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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