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명작 21편, 넷플릭스로 본다
오는 2월부터 한국 포함 약 190개국 넷플릭스에서 '이웃집 토토로' 같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게 됐다. 반면, 일본과 미국 넷플릭스에선 지브리가 빠졌다. 왜 그럴까.
하울의 움직이는 성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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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지난 20일 지브리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1일부터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지브리가 제작한 '이웃집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 등 7편을, 3월 1일부터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 등 7편을, 4월 1일부터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7편을 순차적으로 볼 수 있다. 총 21개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28개국 자막과 20개국 더빙 버전으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지브리 애니메이션 21선 공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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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는 왜
이번 계약은 DVD·영화관 등 아날로그 상영을 중시해왔던 지브리가 전 세계에 부는 '코드 커팅(Cord-Cutting·시청자가 TV 등 유선방송을 끊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갈아타는 현상)' 바람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브리는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트를 갖고도 그간 디지털 유통엔 소극적이었다.
스튜디오가 지브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자사 인기작 21개를 2월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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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는 최근까지도 DVD·블루레이 등의 형태로만 자사 작품을 공급해왔다. 스즈키 토시오(鈴木敏夫) 지브리 프로듀서 겸 대표이사는 지난해 4월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등의) 동영상 스트리밍을 하지 않는 이유는 '두 묶음에 서 푼(싸구려)'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아서"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OTT) 시장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대세'로 떠오르자 지브리도 과거 정책을 고집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컨설팅기업 PwC에 따르면 2018년 OTT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31%다.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1억6700만명까지 치솟았다. 스즈키 프로듀서는 이번 계약을 체결하며 "이제는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생겼다. 팬들의 요청에 따라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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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격전지 미국
한편, 정작 지브리의 고향인 일본과 넷플릭스 유료구독자 60%를 차지하는 미국·캐나다에선 지브리 콘텐트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다. OTT 격전지인 북미에서 넷플릭스가 'HBO 맥스'에 선수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북미에서 넷플릭스는 아마존·디즈니플러스·애플TV 등 다른 OTT업체들과 콘텐트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미에선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아마존 프라임·애플TV 등 여러 OTT 기업이 콘텐트 확보 싸움을 벌이며 군웅할거 중이다. [사진 복스미디어 웹사이트 폴리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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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맥스는 지난해 10월 지브리의 북미 배급사 지키즈(GKIDS)를 통해 해당 21개 작품에 대한 독점 방영권을 확보했다. HBO맥스는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 등을 제작한 워너미디어(AT&T 자회사) 산하 미국 케이블 방송사 HBO가 올해 5월 선보이는 신규 OTT 서비스다.
지브리가 자사 작품을 OTT 기업에 판 것은 HBO맥스가 처음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월부턴 애플TV·아마존프라임 등 다수의 디지털 영상 플랫폼에 한 작품 당 약 20달러에 자사 작품을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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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가게 여전한 일본
반면, 일본 넷플릭스에서 지브리가 빠진 이유는 사뭇 다르다. 지브리 재팬 관계자는 "해외에 비해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팬들은 TV나 DVD를 통해 지브리의 작품을 즐긴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의 DVD 대여·판매 산업은 아직 건재한 편이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DVD 렌탈 프랜차이즈 '츠타야 서점'의 전국 점포 개수는 1400여개에 달한다.
일본 최대의 서적·DVD 렌탈 프랜차이즈 '츠타야 서점'의 DVD 코너. 사진은 2014년 '겨울왕국' 개봉 당시 [사진 CCC(츠타야 서점 운영사)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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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혜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비즈니스센터장은 지브리의 자국 내 전통 고수에 대해 "오랜 자국 팬의 취향을 보호하고 우대하는 일본 콘텐트산업의 특성과 정제된 세계관 전달을 위해 (OTT 등을 통한) 대량공급 대신 영화관 상영을 중시하는 지브리의 철학이 내수 사업에는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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