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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저출산에 35兆 썼지만… 아기 울음소리보다 큰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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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11월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1월과 2018년 12월에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추월한 적은 있지만, 11월에 사망자 수가 더 많았던 것은 처음이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부터 해외 인구 유입 등을 제외한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으로 매년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들고, 고령자 증가와 함께 기대수명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아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인구 자연 감소가 본격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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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출생아 수가 2만3819명으로 사망자(2만5438명)보다 적어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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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통계청의 '2019년 1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출생아 수는 28만178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만2271명 줄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해 '저출산에 대응하겠다'며 35조632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생아 수 감소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사실상 인구 자연 감소 시작

11월에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추월한 것은 인구 자연 감소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사망자 수는 2만5438명으로 출생아 수(2만3819명)보다 1619명 더 많았다. 월별로 보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에 비해 1736명 더 많았던 2017년 12월과 3756명 더 많았던 2018년 12월에 이어 세 번째다. 12월의 경우 추위 때문에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고, 출산도 다음 해 초로 미루는 경향이 있어 사망자 수가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11월에도 사망자 수가 더 많은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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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관계자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를 따져보면 1년 기준으로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해외 인구 유입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9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 이동을 제외하고 출생·사망을 기준으로만 따지면 올해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인구 자연 감소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심각한 저출산 현상 때문이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8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11월 출생아 수는 28만1784명인데, 지난해 12월 출생아 수가 2018년 12월(2만2767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30만명을 겨우 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전문가들은 "길어지던 평균 수명도 최근 들어 주춤해지면서 사망자 수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만 65세인 사람의 기대여명은 매년 조금씩 늘어나다가 2018년에는 20.8년으로 2017년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저출산 문제, 돈만으로 못 풀어"

보건복지부가 국회 정유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쓴 예산은 35조6322억원이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데도 연간 출생아 수 30만명 선도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올해 정부와 지자체의 저출산 관련 예산을 합치면 40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저출산 분야 예산은 매년 늘고 있다. 2018년 26조3189억원에서 지난해 32조3559억원으로 늘면서 3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37조6107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정부 예산 2조1627억원이 투입된 아동수당(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 지급) 제도 등이 대표적인 저출산 극복 정책이다.

지자체 역시 지난해 저출산 극복에 3조2763억원을 썼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들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현금 복지' 확대를 통해 저출산 문제를 풀려 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는 지난달 27일 조례를 개정해 첫째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주는 출산지원금을 기존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렸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 정책을 통해서 단시간에 출산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정부와 지자체의 현금 지원만으로는 부부들이 아이를 더 낳도록 유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준기 기자(everywhere@chosun.com);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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