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연임에 빨간불
차기 회장 후보 재선출 땐
우리은행장 구도에도 연쇄 영향
하나금융도 후계 구도 차질
금융사, 소송카드 꺼낼 가능성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열린 '2020 우리금융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신뢰 1등 금융그룹을 향한 동행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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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으면서 두 금융사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손 회장은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고 함 부회장도 차기 회장직에 대한 도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실제 징계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소송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30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손 회장(우리은행장 겸임)과 함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에 대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DLF 사태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로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선 6개월 간 일부 업무정지와 과태료 부과의 기관 제재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제재심 심의 결과에 따라 중징계를 확정하면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현재 임기를 끝으로 금융회사 경영진에서 물러나야 할 위기에 놓인다. 해임 권고나 정직이 아닌 임원의 문책 경고까지는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이 아닌 금감원장 전결로 징계가 확정된다. 윤 원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제재심 결론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중징계를 그대로 확정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징계의 효력 발생 시점이 관건이다. 이번 DLF 사태는 개인과 기관 제재가 섞여 있어 임직원과 기관 제재 결과가 한꺼번에 통보된다. 임원의 문책 경고까지는 금감원장 전결로 징계가 확정되지만, 기관 중징계나 과태료 부과는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마지막으로 금융위 정례회의의 의결이 필요하다. 두 임원에 대한 공식적인 징계 효력이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 전까지 미뤄진다는 의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연임을 앞둔 손 회장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12월30일 차기 회장직의 단독 후보로 선정됐고 당초 계획대로라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추가로 3년 임기의 회장직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3월 주총 전 금융위 정례회의 결과가 나오면 연임이 불가능하다. 증선위와 금융위 정례회의는 매월 수요일 격주로 진행된다. 내달 5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는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안이 안건에 오른다. 이에 따라 단순 날짜로만 보자면 이번 제재 결과가 가장 빨리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는 날은 2월19일이 될 수 있다. 안건 상정이 미뤄질 수도 있고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정례회의가 몇 차례 더 진행될 가능성도 있지만 주총이 열리기까지는 2달여가 남아 있다. 우리금융은 통상 3월 말에 주총을 연다. 지난해에도 3월27일 주총이 개최됐다.
손 회장이 연임을 못하면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 후보를 다시 선출해야 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우리은행장 선출 구도에도 연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미 우리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는 지난 29일 발표하기로 했던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 선정을 31일로 미뤘다. 이날 오전 열린 회의에서는 제재심 결과에 따른 향후 전개상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그룹임추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이 21일 서울 하나금융지주 을지로 신사옥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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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의 후계 구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정태 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 유력한 회장 후보 중 한 명인 함 부회장이 회장직에 도전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함 부회장은 지난해 초 3번째 행장 연임을 시도하다 금감원과 갈등을 빚으며 물러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금융사들이 금감원 제재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소송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규정에 따르면 임원의 경우 제재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은 가능하나 집행 정지는 불가능하다. 또 만약 법적 다툼으로 갈 경우 금융사 측이 승소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DLF 사태와 관련해 경영진을 제재하는 데에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현재 내부통제 실패 때 CEO를 제재할 근거를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다만 금감원 제재에 법적으로 맞서는 건 금융사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칫 경영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사 측에서 소송 시 승소 가능성 등 여러 플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금감원 감독을 받는 금융사들이 금감원과 정면으로 맞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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