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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슈 소비심리와 경제상황

우한 폐렴, 소비심리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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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감염자 발생 공포지수 최고

외식·마트·시장 등 한산한 상황

다수 이용시설 방문 기피장소로

배달음식마저 꺼리는 분위기도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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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후 12시 서울 명동 소재 A백화점 푸드코트. 평소 쇼핑객들은 물론, 인근 직장인들이 자주 찾아 점심 때 좌석을 잡으려면 한참 돌아봐야 가능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빈 좌석이 곳곳에 보였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얼른 밥을 먹고 복귀해야 하는 백화점 직원이거나 일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쇼핑객은 평소보다 반 이하로 줄어든 모습이었다.

#. 같은 날 오후 서울 소재 B피부과. 카운터에 있는 직원들이 연신 울려대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대부분이 예약 취소 혹은 연기를 요청하는 전화였다. 병원 대기실에도 대기 중인 환자는 없었다. 이날 B피부과가 받은 손님은 피부 관리 예약손님 1명과 이날 오전 급하게 예약한 급여 진료 환자 1명이 전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국내 소비심리를 절벽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6번째 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사람 간 전파로 인한 ‘2차 감염자’로 알려지면서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지수가 최고치를 찍는 모습이다. 이에 재래시장은 물론 대형마트와 호텔, 식당 등 유통가에선 소비가 아예 실종됐다고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배달마저 올스톱되는 모습이어서 소비심리가 상당기간 얼어붙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외식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식당이나 커피숍, 술집 등이 방문 기피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며 식당이나 술집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광화문 소재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C씨(39)는 “최근 회식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겨 저녁약속 장소를 잡기 전에 참석 양해를 구한다”며 “2차 감염자가 나오고 나서는 무언의 동의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예전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때는 식당에 가는 것 대신 배달음식을 시켰지만, 이제는 배달음식도 기피하는 현상도 보여서다. 배달 음식이 조리 과정을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불특정 다수를 접촉한 배달원의 손을 거쳐 오다보니 이 역시도 믿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서울 영등포 소재 배달전문점 점주는 “보통 구정 지나면 매출이 떨어지긴 하는데, 요즘은 평소 주문량의 70% 수준으로 줄었다”라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백화점 식품관의 모객 수가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시내 면세점들도 설 전후로 매출이 2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D마트는 한반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권에 막 들어왔던 설 연휴기간 매출이 지난해 설보다 0.7% 떨어졌고, 이번 주 역시 5% 내외의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사람들이 바깥 외출 자체를 꺼리면서 그나마 살아나던 소비심리는 다시 절벽으로 내몰렸다. 일부 온라인몰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외부에 나가서 하는 씀씀이를 대폭 줄여 버리면 그만큼 소비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판매가 급증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판매 비중은 전체 매출의 58.8%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이 병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0.1~0.2%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가계소비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스 0.1%포인트 이내의 소비 감소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과거 메르스의 사례처럼 국내에서 감염증이 확산한다면 1분기에만 0.3~0.4%포인트로 소비 감소율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신종 바이러스 출현 이후 거리에 빈차 등을 켠 택시가 많아질 정도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연구원이 예측했던 소비 절벽이 더 길고, 더 깊게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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