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피하고 "우한 출신 중국인 아니냐" 질문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UMC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대비한 격리실을 마련하고 있다.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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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평소 눈인사 하며 지내던 네덜란드 엄마들이 갑자기 싸늘한 태도를 보이거나, 겨울 연휴에 중국이나 아시아 지역으로 휴가를 다녀 온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땐 정말 황당했어요.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가 없어요." 네덜란드에서도 아시아계 인구 비율이 높은 에인트호번에 사는 학부모 김정민씨의 말이다.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회사원 권민원씨도 최근 퇴근길 버스에서 "우한(武漢)에서 온 중국인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가 하면, 자신의 옆자리엔 아무도 앉지 않는 등 아시아계에 대한 적대감을 몸소 느끼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현재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중국인 혐오', 나아가 '혐(嫌)아시아' 감정으로까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민들의 소셜미디어 대화방에도 이런 현지 분위기를 성토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교민은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얼굴에 써 붙이고 다닐 수도 없지 않느냐"면서 "동아시아인의 이미지가 이번 사태로 덩달아 추락했다"고 억울해 했다.
반면 "현재 우한 주재 한국 교민들에 대한 한국 내 시선도 차갑지 않느냐"며 "네덜란드인들이 이해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네덜란드에선 30일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 핀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확진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네덜란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란 얘기가 나온다.
현지 매체들도 매일 주요 뉴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상황. 또한 각급 학교에선 감염 예방 교육이 시작됐고, 기업들은 해외출장을 다녀 온 직원에게 2주간 재택근무 뒤 건강상태를 보고하고 출근토록 하고 있다.
각 지역의 거점 병원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에 대비해 환자 진료를 위한 음압병실과 전문 의료진·연구인력 확보를 마쳤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동네 약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 때문에 마스크가 동나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교민들의 소셜미디어엔 '철물점에서 먼지 차단용 마스크를 구매했다'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일부 교민들은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의료용 마스크를 '해외직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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