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하나은행에 수차례 내부통제 지적했지만 개선 안해…감독자 책임 물어야"
금융위도 전날 제재심서 CEO 중징계 관련해 금감원 손 들어줘
'지주 지배구조 흔들' 우리은행, CEO 제재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행정소송 제기할 듯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문책경고'라는 예상밖 중징계를 내린 배경에는 '가중처벌'이 작용했다. 두 은행의 내부통제 결함을 2017년부터 수차례 경고했지만 개선하지 않았고, 이미 지난해 한차례씩 기관경고를 받은 것도 이번 CEO 제재 수위에 영향을 줬다. 그동안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금융위원회도 전날 제재심에서 CEO 제재와 관련해 중징계를 주장해 온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그동안 내부통제 개선 필요성을 여러번 지적했고 은행측에서도 수차례 개선 보고를 해 왔다"며 "감독당국이 문제를 거듭 지적했지만 은행이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자인 CEO의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앞서 하나은행 경영실태평가 결과 내부통제 등급이 저조해 2017년 은행과 내부통제개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18년 신탁상품 판매 검사, 파생상품 판매 실태에 대한 미스터리쇼핑(암행점검)에서도 각각 문제가 발견돼 내부통제 결함을 개선하라고 지적했다. 미스터리쇼핑 후 금융회사는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저조 5단계의 등급으로 나눠 평가를 받는데 2018년 하나은행은 '저조(60점 미만)', 우리은행은 '미흡(60점대)' 등급을 받았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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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에도 수차례 '옐로카드'를 줬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2018년 우리은행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미흡을 경고했고, 같은 해 실시한 파생상품 판매 미스터리쇼핑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아 내부통제 개선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18년 12월과 2019년 4월, 7월에 걸쳐 내부통제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보고했다. 감독ㆍ검사 인력의 한계로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자율적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유도하고 있는데 두 은행이 사실상 허위보고를 한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해외 감독당국들도 금융회사가 개선 권고를 시행하지 않으면 가중처벌을 한다"며 "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는 연간 영업 목표에 대한 CEO의 지시나 마찬가지다. 상품 판매 등과 관련해 내부통제 미흡을 지적했는데도 개선하지 않고 KPI를 통해 영업에 과도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CEO 중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각각 '기관경고' 제재를 받은 것도 이번 CEO 중징계에 영향을 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고액 현금거래 보고 지연, 하나은행은 같은 해 11월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 불완전판매로 제재를 받았다. 기관제재가 반복되면 가중처벌이 가능한데 이번 CEO 중징계에 이 같은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해 심각하게 보는 상황이다. 다른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앞서 전산장애 사고, 고액 현금거래 보고 지연에 이어 DLF 불완전판매까지 문제가 발생했다"며 "내부통제와 관련한 결함이 은행 곳곳에서 확인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연내 우리은행 전산장애 사고와 관련한 제재심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CEO 중징계와 관련해서는 금융위도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 제재심에는 금융위측도 위원으로 참석하는데, 전날 금감원의 CEO 중징계 처분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제재 근거가 취약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DLF 불완전판매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CEO 제재까지 연결시키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면 CEO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금감원은 시행령을 들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맞선다.
일각에서는 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한다. 금융위가 2015년 사모펀드 최소 투자 한도를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한 후 사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커졌고, 금감원이 감독 역할을 소홀히 해 이 같은 사태가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한편 우리금융은 이날 오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추위에서는 전날 제재심과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 겸임)의 거취를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중징계가 확정되면 오는 3월말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이 연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법원에 손 회장의 제재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행정소송으로 끌고 갈 것으로 관측한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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