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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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해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 결정을 하면서 하나금융의 후계 구도에 차질을 빚게 됐다. 김정태 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 유력한 회장 후보 중 한명인 함 부회장이 회장직에 도전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낳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함 부회장에 대해 문책 경고를 결정했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이 DLF 상품을 집중 판매하던 시기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함 부회장과 함께 징계 명단에 오른 지성규 현 하나은행장은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조치됐다.

문책 경고는 금감원장 결재로 확정되는 사안이지만 기관에 대한 징계가 섞여 있어 징계가 확정돼 은행에 통보되려면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제재심 위원들은 우리ㆍ하나은행에 대해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으로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영진 개인과 기관에 대한 징계수위는 정례회의 이후 함께 공식 통보된다. 약 한 달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 측은 징계 결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떠한 입장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징계가 확정되고 제재 통지서가 오고 나서야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함 부회장의 자진 사퇴 등 거취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 부회장은 현재의 부회장 남은 임기는 채울 수 있으나 사실상 차기 회장직엔 도전할 수 없게 됐다. 문책 경고가 확정되면 함 부회장은 3년 간 금융사 임원을 맡지 못한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함 부회장은 하나금융을 이끌 차세대 리더로 늘 손꼽혀 왔다.

2015년 9월1일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하면서 초대 통합 행장을 맡았고, 2016년부턴 지주 부회장을 하면서 그룹의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했다. 지난해 초 행장 3연임을 시도하다 금감원과 갈등을 빚으며 물러나기도 했다.

함 부회장이 회장에 도전하기 위해선 징계를 무효화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제재의 효력이 발생하면 1개월 이내 금감원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고 또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청구를 하거나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함 부회장은 신입사원 채용 비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김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 은행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만 70세 이상은 회장직을 맡을 수 없으나 새 회장을 뽑을 시기인 내년 3월 김 회장은 만 69세로 턱걸이 통과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이 4연임에는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선 현 계열사 사장이나 전임 행장들, 외부 인사 중에서 새 지주 회장 선임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