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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직장갑질 금지법 6개월 지났지만…"死무실 출근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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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폭행 줄었지만 따돌림은 늘어

여성, 신입사원에 집중되는 직장갑질

"근기법 안 지키는 사업장에 과태료 매겨야"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직장인 A씨는 지난달 회사 대표의 갑질을 고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업무시간 중에 대표 부인이 명품백을 사오라고 시키는가 하면, 퇴근 이후에도 대표의 개인 모임에 참여하라고 강요하는 등 회사 업무와는 무관한 일을 당연한 듯 시켰기 때문이다. 또 A씨는 “평일에 공휴일이 있으면 토요일에 강제로 근무를 시키면서 급여는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2019년 7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시민들이 홍보판 앞을 지나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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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새해에도 직장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월 한달간 들어온 이메일 제보를 공개했다.

◇폭언 줄고 따돌림은 늘어…교묘해진 직장갑질

2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폭언·폭행과 같은 직접적인 직장 내 괴롭힘은 줄어들었지만 따돌림·차별 등 교묘한 괴롭힘은 여전했다. 총 231건의 제보 가운데 폭행·모욕·따돌림 같은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131건(56.7%)에 해당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기 전보다 2배 증가한 수치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따돌림·차별이 36건(15.6%)으로 가장 많았고, 모욕·명예훼손이 25건(10.8%), 부당지시가 23건(10%)에 해당했다. 다만 폭행·폭언(13건)은 직장 내 괴롭힘이 시행된 2019년 7월 한 달간 받은 40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날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제보에서 직장인 B씨는 “상사가 사소한 일로 ‘X새끼’라고 소리치며, 서로 친한 직원들 사이를 이간질한다”며 “점심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 일하는 직원의 귀싸대기를 때리고 눈이 빠질 것 같이 세게 뒤통수를 때린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C씨는 “상사가 팀원들에게 소주를 가득 따른 맥주잔을 주며 마시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직원들의 가족들을 향해 일찍 죽으라며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며 폭로했다.

◇“여성·신입사원·비정규직에 직장갑질 심해…과태료 부과로 실효성 높여야”

특히 직장갑질119는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이 구체적인 대상을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이나 비정규직, 신입사원 같은 직장의 약자에게 갑질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표로부터 지속적으로 신체 접촉을 당하거나 퇴직금을 적게 지급받는 식으로 괴롭힘을 당한다고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이 널리 알려진 대기업·공공기관의 경우 괴롭힘 제보가 크게 줄었다”며 “아직 법 시행 인식이 높지 않은 작은 병원·중소영세기업 등의 제보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공공기관(77.6%)과 대기업(72.2%)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알고 있다’는 응답률이 영세 개인 사업자(58.8%)와 중소기업(68.2%)보다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미 6개월의 계도기간이 지났으니 정부가 법에 따라 취업규칙을 개정하지 않은 사업장에는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직장갑질119의 주장이다. 이들은 “더 이상 직장갑질하는 사업장을 방치하지 말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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