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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오늘도 사(死)무실로 출근"…직장 갑질, ‘금지법’ 시행 6개월에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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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지난달 제보 분석/ 231건 중 131건 ‘직장 내 괴롭힘’/ 제보 비율 28%서 56%로 늘어나/ 여성·비정규직·신입사원에 집중/ 성희롱·폭언·술 강요 등 피해 호소/ “취업규칙 미개정 사업장 처벌을”

세계일보

#1. “상사가 안마를 하라고 합니다. 안 하겠다 했더니 외모 비하 발언을 하며 쫓아내겠다고 합니다. 카톡으로 폭언·욕설·모욕도 끊이질 않고, 새벽에도 일을 지시합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먹고 있습니다.”

#2. “상사가 점심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괴롭히고 때립니다. 트집을 잡아 뺨도 때리고, 눈이 빠질 것같이 세게 뒤통수를 때립니다. 사소한 일로 ‘개XX’라며 욕을 하고,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직장 내 괴롭힘 제보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심각한 수준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직장갑질119가 올해 1월 한 달간 받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31건을 분석한 결과 임금체불·산재 등을 제외한 131건(56.7%)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는 개정법 시행 이전(28.2%)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특히 직장에서 따돌림·차별(36건, 15.6%), 모욕·명예훼손(25건, 10.8%), 부당지시(23건, 10%) 등을 당하고 있다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단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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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는 “갑질은 직장 내 약자인 여성, 비정규직, 신입사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대한민국 직장은 여전히 지옥이고, 오늘도 직장인들은 사(死)무실로 출근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존재를 아는 직장인이 늘어났음에도 심각한 갑질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폭행·폭언·성희롱·술 강요와 같은 갑질은 계속되고 있다. “너희 가족은 일찍 죽을 거다”, “너 같은 XX는 왜 그러고 사냐”는 폭언부터 “여자들은 멘탈이 약해서 문제야. 여자들도 군대 보내야 된다니까”와 같은 성차별 발언에 대한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나 상사가 여성 직원들에게 고의로 신체접촉을 한다는 제보도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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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직원들에게 출퇴근 시 사장실에 들러 90도 각도로 인사할 것을 강요하거나 직장 내 폐쇄회로(CC)TV로 직원들이 밥 먹는 모습 등을 감시하며 “지금까지 받은 시간외근무수당을 모두 뱉어내야 한다”고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라주면서 팀원들에게 마시게 하고,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술을 계속 마시게 하는 술 강요 갑질도 존재했다.

직장갑질119는 “개정법에 따라 10인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취업규칙을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하지만, 아직 취업규칙을 개정하지 않은 영세 사업장들이 많다”며 “법 시행 이후에도 취업규칙을 개정하지 않은 사업장을 더는 방치하지 말고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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