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균·유해균 균형 깨지면
치매·비만 등 각종 질환 초래
채소·발효식품 많이 먹어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한 폐렴 같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에는 딱히 치료제가 없다. 환자 몸속에서 면역 기능이 작동해 스스로 항체를 만들어낼 때까지 항바이러스제·항생제를 투여하면서 증상에 따른 조치를 취할 뿐이다. 결국 예방과 치료는 면역력에 달린 셈이다.
면역력에는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에서도 면역력을 좌우하는 건 단연 장내 환경이다. 장을 ‘가장 큰 면역 기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장내에선 유익균과 유해균이 끊임없이 싸우면서 균형을 이룬다. 장내 세균은 외부 병원균이 증식하지 못하게 하며, 항원으로 작용해 면역 기관이나 면역 세포에 자극을 줘 면역계 전체를 활성화하기도 한다.
근데 장내 세균, 즉 유익균과 유해균의 분포는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개인마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면 유익균 군집이 붕괴되고 해로운 균이 득세하면서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직접적인 장 질환뿐 아니라 비만·고혈압·당뇨병·알레르기 등 만성질환, 치매·우울증까지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장은 최대 면역 기관이자 제2의 뇌
그래서 장을 두고 ‘제2의 뇌’라고 하기도 한다. 장과 뇌 두 기관이 연결돼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했을 때 배가 아프고 소화 장애가 일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내 균총의 변화가 인지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가 2016~2017년 건망증으로 진료를 받은 남녀 128명(평균 74세)을 대상으로 대변 속 세균의 DNA를 추출해 장내 세균총의 구성을 분석한 결과, 치매 환자의 장 속에는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라는 균이 정상 환자보다 현저히 적었다. 박테로이데스는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세균이다. 연구진은 “장내 세균이 치매 예방의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날씬균’ 늘려 지방 분해 활발하게
체중을 감량하는 사람에게도 장내 세균은 중요하다. 비만과 장내 세균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비만인의 장에는 지방 분해를 방해하는 유해균인 ‘피르미쿠테스’가 월등히 많지만, 날씬한 사람들의 장에는 정반대 기능을 하는 ‘박테로이데테스’가 많다. 이른바 날씬균이다. 날씬균은 장 기능을 향상시켜 면역력을 높이고 살이 잘 찌지 않도록 지방 분해를 활발히 한다.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주상연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비만과 정상 체중인 사람의 대장 속 세균 농도를 분석한 결과, 비만인 사람의 변은 박테로이데테스균 함량이 적었다.
장내 세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장 건강법으로 ‘채식과 유산균이 다량 함유된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해 유익균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권장한다. 특히 항생제 장기 복용자는 최소 1주 이상 발효식품을 섭취해 장내 세균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식 섭취보다 손쉬운 방법은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다. 식약처가 인정한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은 ▶유산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 ▶배변 활동 원활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등이다. 장내 유익균 증가와 유해균 감소에 도움을 주고 장내 균총의 정상화를 돕는다. 유산균이라고 알고 있는 종류 대부분이 프로바이오틱스에 속한다.
다만 균 자체가 아무리 좋아도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장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제품을 고를 때는 장내 생존율과 관련된 특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프리바이오틱스’까지 섭취하면 효과는 배가된다. 프리바이오틱스란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영양분이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