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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과식 않고 운동해도 살쪄요? 소변·혈액 검사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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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만드는 내분비기관

이상으로 생기는 병의 증상

치료하면 자연스레 살 빠져"

체중 늘리는 질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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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찌고 빠지는 건 무조건 ‘의지’ 탓일까. 별다른 이유 없이 살이 찌거나 몸이 부어 고민인 사람들이 있다. 이럴 땐 질병 때문에 체중이 증가한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인경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살이 찌고 몸이 붓는 것은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며 “무작정 살을 빼려 하기보다 원인이 될 만한 질병이 있는 건 아닌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살이 찌는 대표적인 질병은 쿠싱증후군·다낭성난소증후군·갑상샘기능저하증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호르몬을 만드는 샘인 내분비기관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호르몬이 불균형하면 지방이 잘 축적되고 부기가 생기기도 해 체중이 증가한다”며 “질병을 치료하면 체중은 자연스럽게 빠진다”고 말했다.

우선 쿠싱증후군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하게 분비되면서 발병한다.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인 부신이나 부신피질 호르몬을 조절하는 뇌 속 뇌하수체에 혹이 생기면 코르티솔 분비가 과다해진다.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면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만 나오는 형태로 살이 찐다.

지난해 9월 김모(여·32·서울 강동구)씨는 체중이 1~2년 새 10㎏ 이상 증가했는데 살이 빠지지 않는다며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에 혹이 생긴 ‘코르티솔 분비 선종’으로 진단됐다. 당시 김씨는 허리둘레가 94㎝로 복부비만이었다. 뱃살이 벌겋게 트는 증상(자색 선조)이 있었고, 여드름이 갑자기 났으며 탈모와 생리불순이 있었다. 정 교수는 “많이 먹지 않고 운동도 하는데 살이 안 빠진다며 비만 치료를 위해 온 환자였다”며 “부신에 생긴 혹을 떼는 간단한 수술로 체중이 줄고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호르몬 불균형 초래해 몸무게 증가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 분비 균형이 깨져 여성이 남성화되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살이 찐다. 생리가 끊기고 목소리가 허스키해지며 다리에 털이 많이 자란다. 정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이 함께 생겨 당뇨병도 잘 생긴다”며 “여성호르몬 관련 약과 인슐린 호르몬 개선제를 써 치료하면 살이 빠지고 생리도 돌아온다”고 말했다.

갑상샘기능저하증은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한 경우다. 입맛이 없는데도 살이 찐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면서 지방이 축적되고 부기를 동반한다. 행동이 둔해지고 추위를 많이 타는 증상이 있다. 이때는 갑상샘 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치료만으로도 살과 부기가 빠진다. 정 교수는 “살찌는 질환 중 인슐린종이란 것도 있다”며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혹이 생겨 인슐린이 과하게 분비되면 저혈당 증상이 반복돼 자꾸 먹게 되면서 살이 찐다”고 말했다.

체지방이 축적된 건 아니지만 부종이 생겨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부종은 혈관 밖으로 체액이 빠져나와 세포와 세포 사이(간질)의 수분량(간질액)이 많아지면서 발생한다.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조영일 교수는 “부종도 심각한 질병의 증세일 수 있다”며 “하지만 단순히 살이 찐 것으로 착각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종은 콩팥·심장·간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하는 주요 증상 중 하나다. 대표적인 질병은 신증후군이다. 모세혈관인 ‘사구체’의 구멍이 커져 단백질이 대량으로 빠져나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면 혈관 속에서 삼투압을 유지하는 단백질의 일종인 알부민 농도가 떨어지면서 부종이 생긴다. 심부전 때문에 심장에서 피를 짜주는 힘이 부족하거나 간경변이 생겨 혈중 알부민 농도가 떨어질 때도 부종이 발생한다.

정강이 누른 자국 그대로면 병 의심

콩팥·심장·간 질환 때문에 발생한 부종은 주로 다리 쪽에 나타난다. 조 교수는 “정강이뼈 부위를 누르면 쑥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증상(함요 부종)이 있다”며 “이는 내분비 질환인 갑상샘기능저하증의 부종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일부 당뇨약·혈압약·스테로이드제·피임약이 살을 찌게 하거나 붓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럴 땐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약을 끊거나 대체 약을 복용한다.

질병이나 약물 문제가 아닌 부종도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부종’이다. 조 교수는 “특발성 부종은 가임기 젊은 여성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호르몬 균형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병은 아니므로 이뇨제를 줄이고 저염식을 하는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발성 부종 환자 중에는 이뇨제를 임의로 과하게 쓰는 경우가 있는데 위험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일부 환자는 한꺼번에 10알 이상씩 임의로 이뇨제를 먹기도 하는데 체내 나트륨 농도가 확 떨어지거나 탈수가 생겨 응급실에 실려 오기도 한다”며 “이뇨제는 부종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므로 처방에 따라 적정량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약만 먹다간 병 키울 수도

체중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므로 이유 없이 살이 찌고 붓는 증상이 생기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자의대로 판단해 다이어트약만 먹다가는 병을 키울 수 있다. 정인경 교수는 “다이어트약에만 의존하며 무작정 살을 빼려 하면 체중 감량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질병 진단이 늦어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쿠싱증후군은 당뇨병·고혈압, 갑상샘기능저하증은 고콜레스테롤혈증,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으로 인한 체중 증가에는 건강식이 외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예컨대 단백질이 소변으로 많이 빠져나가는 신증후군 환자가 닭가슴살·계란만 먹으며 적정량을 넘어선 고단백식을 하면 콩팥에 더 무리가 간다. 신장 질환자 중에는 칼륨이 풍부한 식품(바나나·호박·토마토·수박 등)을 과하게 먹는 것이 위험한 경우도 있다. 수분 섭취도 하루 2L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오후에 양말 자국이 심하게 생기고 잘 맞던 신발이 작게 느껴지며 몸이 붓고 체중이 늘어나는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땐 질병이 덜 진행한 것이므로 치료가 수월해진다. 조 교수는 “단순히 살이 잘 안 빠져 병원에 왔다가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가 꽤 있다”며 “혈액·소변 검사로 간단히 내과 질환이 아닌지 일차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병원 찾기를 두려워 말고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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