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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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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의 식당] 50년 전통의 감자탕 맛집 ‘일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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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감자탕 맛집 '일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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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0대가 된 아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다.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클럽도 열심히 가고, 하루에 1만보 이상을 걷지만 별로 날씬하진 않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재의 최애 맛집은 가성비 좋은 노포다. “가격은 저렴한데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킬 정도면 믿고 먹을 만한 맛집이 아닌가”라는 게 아재의 주장이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아재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을 과연 요즘 젊은층도 좋아할까. 그래서 25살의 뽀시래기 한 명이 아재의 식당에 동행하기로 했다.

아재의 식당, 첫 번째 집은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50년 전통의 감자탕 맛집 ‘일미집’이다. ‘원조 감자탕’이라고 쓴 커다란 간판에는 사장님의 사진이 걸려 있다.

뽀시래기 : 왜 이름이 감자탕인거예요?

아재 : 글쎄, 내가 어렸을 때는 분명 감자국이라고 불렀는데 언제부턴가 감자탕이라고 부르더라고.

글 쓰는 셰프 박찬일씨의 책 『노포의 장사법』에도 분명 감자탕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감자국으로 불렸다’고 적혀 있다. 박찬일 셰프는 ‘탕이라고 부르면 더 진하고 보양의 냄새를 풍겼다’고 적어 놓았다. 아무튼 수많은 감자탕집 중에서도 아재가 일미집을 고른 이유는 맑고 개운한 국물 맛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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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 이 집은 육수와 돼지 등뼈, 감자 그리고 파와 마늘만으로 맛을 내. 다른 집들처럼 들깨가루, 시래기, 고춧가루 양념을 넣지 않아. 그래서 국물이 맑고 깔끔하지.

뽀시래기 : 정말 개운하네요. 이걸 무슨 맛이라고 표현해야 하지?

아재 : 말하자면 프랑스의 라따뚜이? ㅋㅋㅋ.

아재 : 이 집의 반찬은 딱 두 가지야. 깍두기는 기본. 여름에는 열무김치, 겨울에는 갓김치가 함께 나오지. 국물 맛이 강하지 않으니까 톡 쏘는 맛이 강한 열무김치, 갓김치랑 먹으면 궁합이 좋아.

뽀시래기 : 음....J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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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셋인데(기자 포함) 감자탕 사이즈를 中자를 시키는 걸 보고 아재가 대식가라는 걸 아는 뽀시래기는 걱정했다. 부족할 텐데. 그런데 아재는 자기를 믿어보란다. 이 집에서 먹는 노하우가 있다나. 그 비법이란 감자탕 먹고, 육수에 라면 사리 끓여 먹고, 맨 마지막에 밥 볶아 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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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 라면 사리엔 스프를 안 넣으니까 국물 맛은 여전히 깔끔하고 개운해.

뽀시래기 : 라면을 끓이면서 살짝 국물이 쫄으니까 적당히 짭짤해져서 밥 볶아 먹기 딱 좋네요. 기억해야겠네. 일미집 3단 시식 순서. 안 그러면 배 터지겠어요. ㅋ.

아재의 점심에 술이 빠질 수가 없다. 역시나, 아재는 소주 한 병을 시키면서 사장 아주머니의 걸출한 입담 한 자락을 들려줬다.

아재 : 소주를 시키면 사장님은 꼭 ‘맥소롱(소화제) 한 병’이라고 했지. 초록색 병에 담긴 게 똑같다나. 배불리 먹으면서 소화도 시켜주니 그게 맥소롱 아니냐고. 계산 할 때도 꼭 ‘300만원이야’라고 했거든. 3만원이면서 그렇게 농을 치는 거지.

뽀시래기 : 그건 별로 재미없는 농담인데요. 썰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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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는 마지막으로 일미집만의 흥미로운 풍경도 전해줬다.

아재 : 용산 미군기지가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미군들이 자주 오는 맛집이었거든. 등뼈 구석구석에 박힌 살점을 빼먹으려면 젓가락질을 잘해야 하는데, 외국인들은 젓가락질이 서툴잖아. 그래도 숟가락으로 잘 먹더라고. 내가 본 제일 재밌는 풍경은 더치페이였어. 군복 계급장을 보니 중령이랑 상병이 왔는데 맛있게 한 냄비 뚝딱 먹고는 각자 계산을 하더라고. 우리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ㅋㅋㅋ.

뽀시래기 : 네, 전 오늘도 아재의 지갑을 믿습니다. ㅎㅎㅎ.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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